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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출입은행·무역보험, 마구잡이 정책금융 수술을”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은 국내 조선산업을 진단한 내부 리포트를 작성했다. 상반기 이후 수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조선업체들의 경영지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다. 결론은 ‘당분간 업황의 본격적 회복은 어렵다’였다. 세계 경기 침체에다 중국발(發) 과잉설비 문제가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우려는 중소 조선사들에 집중됐고, 이른바 ‘빅3’인 대우조선해양은 한 발 비켜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은 괜찮으냐고 물었지만 ‘큰 문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6개월도 안 돼 수조원대의 숨겨진 부실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한마디로 최대주주 산은은 관리 능력이 전혀 없었고, 금융당국은 이런 산업은행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속도 내는 좀비기업 구조조정 <상> 자생력 없는 기업 정리하자
기업이 제대로 쓰게하려면
밥그릇 싸움에 중복 지원 비효율도
산은, 정책금융 분리해 민영화 계획
MB 때 추진하다 정권 바뀌자 무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출입은행과 4조2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29일에도 산은은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고, 인력·사업 구조조정을 거치면 “2016년부터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이어 산은은 “근본적인 정상화는 조기 민영화”라며 “최대한 이른 시간 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의구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민영화 가능성도 더 작아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2조9000억원인데 현재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추가 지원으로 금융권의 대출과 보증을 합한 신용공여액은 27조원으로 불어난다. 매물로 내놓기도 어려워졌지만, 매각 과정에서 헐값 시비와 책임 논란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미 사례가 있다. 산은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한화가 6조원을 써 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노조의 반발에다 한화의 인수대금 분할 납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산은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영화하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경영자나 금융당국 수장들의 속내는 ‘내 임기 중에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007년 말 주당 6만5000원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지금 그 10분의 1인 6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외에도 대우건설·KDB생명·동부제철·STX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 18곳과 금융 자회사 10곳, 투자회사 102곳 등 모두 130곳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떠맡은 기업들이고, 팔려고 내놓아도 당장 사갈 곳이 없다”는 게 산은의 해명이다. 그러나 산은이 이 같은 방만한 시스템을 조직적으로 즐긴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산은의 최근 5년간 퇴직자 중 43명이 자회사나 대출을 준 회사로 재취업했다.

 그사이 산은의 조직은 방대해지고, 정체성은 갈수록 모호해졌다. 정부 역시 갈팡질팡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산은에서 정책금융을 분리,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 계획은 정권이 바뀌자 뒤집어졌다. 2013년 떼냈던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붙이고 민영화는 없던 일이 됐다. 정책금융의 중복 기능을 조정하려는 시도 역시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번번이 실패했다. 산은은 금융위,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 무역보험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다. 정책금융기관들도 살아남기 위한 ‘몸집 불리기’ 경쟁에 몰두했다. 그 부작용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연초 모뉴엘의 사기대출 사건이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금융기관 역할도 따라 바뀌는 게 문제”라며 “산업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중은행을 상대로 기업 구조조정을 닦달하기에 앞서 좀비기업의 ‘젖줄’ 역할을 하는 방만한 정책금융부터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의 규모는 갈수록 늘지만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다”며 “기관 간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보증 등의 지원은 창업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염지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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