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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나빠지면 한국이 노력해도 균형점 찾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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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NEAR)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왼쪽)은 “미국이 한·중·일 FTA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카시 야스시 전 유엔 사무차장은 “위안부 문제 허들을 낮추자”고 했다. [김상선 기자]


한·중·일 정상회의가 다음달 1일 서울에서 열린다. 3년 반 만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인식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동북아 3국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려 동아시아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중국의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과 일본의 아카시 야스시(明石康) 전 유엔사무차장을 만나 동북아 정세 등을 물었다. 이들은 니어(NEAR)재단(이사장 정덕구)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인터뷰는 최익재 정치부 외교안보팀장이 진행했다.

니어재단 초청 중·일 전문가 인터뷰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아카시 야스시 전 유엔 사무차장



 -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그동안 열리지 못한 이유는.

 ▶자칭궈=“중·일 관계, 한·일 관계에서 다양한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과거사 인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아카시=“나 역시 3국 간 역사 인식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이 문제가 됐다.”

 - 이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은.

 ▶자칭궈=“직접 언급하진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미·중 간 소통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말할 수는 있다.”

 ▶아카시=“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갈등은 새로운 측면도 있고 오래된 측면도 있다.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 양국이 제대로 된 행동을 한다면 더 이상 격화되지 않을 것이다.”

 - 일본 정부는 미국의 구축함 파견에 대해 지지하는 설명을 발표했는데.

 ▶아카시=“아베 총리가 찬성이라고 명확하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런 이유로 구축함을 보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자칭궈=“일본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예측할 수 있었던 반응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일 관계에 좋지 않다.”

 -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자칭궈=“3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해 모두 반대한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와 정책을 갖고 있다. 북한과 관련한 다른 문제들도 있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가 있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가 있다. 3국 정상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인식하고 논의했으면 한다.”

 ▶아카시=“북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에서 더 이상 긴장감을 고조시키지 않는 것이 3국의 목표다. 북핵 문제에 있어 가장 큰 협력이 요구되는 건 중국이고 두 번째는 미국이다. 일본은 부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다. 미·중 양국이 더 노력해야 한다.”

 - 중국이 북한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한 입장은.

 ▶자칭궈=“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북한의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지만 북한이 중국의 말을 (요즘은) 듣지 않는다. 두 번째는 경제적 지원과 관련된 생존에 대한 영향력이다. 확실히 생존에 대한 영향력은 정책에 대한 영향력보다는 중요하다. 하지만 영향력 행사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대량난민사태, 핵무기 유실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 거라고 보나.

 ▶아카시=“(웃으며) 아베 총리의 생각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위안부 문제 하나로 앞으로의 한·일 관계를 평가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 허들이 너무 높아 함께 넘지 못할 때, 허들의 높이를 낮추면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넘을 수 있지 않나.”

 - 일본의 안보법제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가 많은데.

 ▶아카시=“그렇게 많이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을 짓밟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를 파병하는 문제는 명확히 한국 정부의 승인과 동의가 필요하다.”

 - 자위대의 북한 진입에 대해서도 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인가.

 ▶아카시=“한국 정부의 승인과 동의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에도 사실상 정부가 있다. 유엔 가입을 인정받은 나라다.”

 -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에 참가한 후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한국의 균형외교에 대한 평가는.

 ▶자칭궈=“박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아주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입장에선 미·중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찾고 있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 한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균형점을 찾기란 어렵다.”

 - 동북아 지역 내 안정을 위해 미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자칭궈=“미국이 일본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역내 무역자유화가 이뤄지면 평화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미국은 평화 구축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카시=“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맹을 만드는 주역이 됐다가 미 상원의 반대로 발을 뺐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미국을 어떻게 하면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 ‘NEAR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의 의의는.

 ▶자칭궈=“민간 분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있어 매우 의미가 크다. 민간 채널은 정부 간 대화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많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다. 정부 간 채널은 정치적 민감성이 매우 높다. NEAR 프로세스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아카시=“특별한 유연성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빛이 보이지 않다가 이번 3국 정상회의를 통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 간 관계를 지탱하고 때론 비판하는 프로세스가 될 수 있다.”

정리=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니어(NEAR·North East Asia Research)재단=동북아 이슈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매년 한·중·일에서 전문가 12명씩 총 36명이 모이는 연례회의를 열어 안보·경제·문화·역사 문제 등을 논의한다.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민간 차원의 3국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NEAR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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