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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 10월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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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나와 다시 신화 속으로
할머니 삶 빗대 조곤조곤 일러줘

이달의 심사평


가을이 깊어간다. 그래서일까 이달엔 자신과 가족, 이웃을 돌아보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런 소재들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반면에 내밀한 관심과 깊은 성찰이 없으면 시적 완성도를 얻기는 쉽지 않다.

 장원으로 박화남의 ‘신화를 쓰다’를 뽑는다. 3수의 시조 속에서 장과 마디의 호흡이 안정적이다. 생의 마감을 예감하듯 할머니는 ‘메마른 기억들을 하나 둘 지우면서’ 칩거에 들어간다. 그녀도 ‘꽃무늬 펄럭’이던 한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보풀로 날아가는 낡은 가을이 되었다. 지팡이 세워두고 마실도 나가지 않는 웅크린 모습을 ‘착한 곰으로 돌아가고’ 싶은 웅녀로 표현한다. 신화에서 나와 현생에서 살다가 다시 신화 속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한 생을 조곤조곤 일러준다.

 차상으로는 이예연의 ‘초저녁별’을 선한다. 단상이지만 긴 여운을 준다. 초장에서 초저녁별의 반짝임을 ‘몸짓으로 쓰는 말’이라고 던지고, 중장에선 그것이 단풍빛깔을 닮았다고 풀어준다. 초장의 은유를 중장에서 설명함으로써 다소 결이 죽었지만 종장에서 ‘반짝, 하고 마주친’이란 파격으로 결구를 맺은 것이 선에 든 요인이 되었다.

 차하엔 김수원의 ‘아버지의 주름’이 차지했다. ‘아버지의 주름’을 ‘점자로 된 소리’로 읽은 것이 눈길을 끈다. 굵게 패인 주름살은 ‘미구(美句)’에 그은 밑줄이 아니라 지난한 생애를 보여주는 ‘수식 없는 직설’인 것이다. 다만 ‘아니라’ ‘직설이다’ ‘소리다’로 장을 종결짓고 있는데 이는 가락을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되고 있다.

 광활한 우주도 지금 여기, 나와 나를 둘러싼 것들로부터 시작한다. 이는 세상 모든 이의 생각과 행위의 출발점이기에 시에서는 특별한 변별력이 필요하다. 그런 변별력에 방점을 찍어 줄 작품을 기다린다. 이 외에도 김태경·정진희·조우리·유순덕의 작품이 끝까지 논의되었다.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 이달균·박권숙(대표집필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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