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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의 직격 인터뷰] 이회성 IPCC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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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IPCC 의장은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의 결과라는 점은 이제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이에 대한 대응이 단기적으로 비용이자 부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환경도 지킬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6대 의장에 이회성(70)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가 지난 7일 당선돼 곧바로 취임했다. 이 의장은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가 완성될 때까지 앞으로 5∼7년간 의장을 맡는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설립한 국제기구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사무처 직원이 10명에 불과할 만큼 조직이 작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전 세계에 미친다. 195개 회원국의 산업계와 환경운동가는 물론 정상들까지 이 기구가 내리는 진단과 처방에 관심을 기울인다.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의 결과라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IPCC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의장에 당선된 뒤 귀국한 그를 지난 12일 만났다.


- 축하드린다. IPCC라는 이름이 낯설다.

 “기후변화의 현황과 대응책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다. 5년마다 종합보고서를 낸다. 각국의 행정에 간섭하거나 규제하는 기구는 아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현실적 문제가 되면서 그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지역 출신이 의장이 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기후변화는 그동안 선진국의 의제였다. 그런 나라들의 목소리도 컸다. 지금까지 의장을 맡은 분들이 대부분 서구 선진국 출신이었던 것도 그런 영향이다. 이번에도 6명의 후보 중 대부분이 미국·유럽의 학자들이었는데 압도적인 지지로 저를 뽑아주셨다.”

 -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도움이 됐나.

 “그렇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유일한 나라다. 한국이 무슨 말을 하면 꼭 해낸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기후정상회담에서 1억 달러를 출연하기로 하는 등 정부가 꾸준히 관심과 지원을 해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한국이 가장 적격이라는 기대가 IPCC 내부에 많았다고 본다.”

 - 의장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의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다양한 국가들의 목소리를 잘 수렴해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컨센서스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한다. 산하에 있는 세 개의 연구 조직(Working group)의 성과를 조율해 과학계를 대표하는 의견을 내놓는다. 출신국을 포함해 특정 국가의 정치적 입장에 영향을 받는 것은 금기시된다.”

 - IPCC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초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던 88년 외국 학자들이 연락해 ‘IPCC’라는 게 만들어지고 있고 에너지 분야가 핵심이니 당신도 관심 갖는 게 좋겠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설립 때부터 옵서버로 참가했다. 92년부터 경제학자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다루는 연구 조직(Working group 3)의 공동의장을 맡았다.”

 - 일부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의 결과라는 점을 부정해 왔다. IPCC 내에서도 이견이 있나.

 “과학계에선 이미 정리가 됐다. 정도의 문제지,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많게는 기후변화의 95%가 인간의 영향으로 생겼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놔두면 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4도, 심하면 6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젠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는 실질적 행동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확고하다.”

 - 그 정도 오른다고 큰 문제가 되나. 한국만 해도 겨울과 여름의 온도 차가 수십 도인데.

 “날씨는 하루에도 변화무쌍하게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기후가 변하면 삶을 좌우하는 문제가 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살아가는 곳의 온도에 적응해 진화해 왔다. 사람의 피부색이나 신체 조건만 해도 그렇지 않나. 이게 바뀌는 것은 삶을 좌우하는 문제가 된다.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면 적응해서 살 수 있지만 갑자기 바뀌면 식물부터 시작해 모든 생물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속도의 문제다.”

 - 지금의 기후변화 속도가 그렇게 위협적인가.

 “지구의 기온은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일정하게 오르내렸다. 4도 이상 변화한 적도 많다. 하지만 5만 년에 걸쳐 서서히 오르거나 내려갔다. 80년 새 지구의 온도가 4도 올라갔던 적은 없다. 인류가 등장한 이후 없었던 일이기도 하다. 정말 큰 문제다.”

 -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의 공동 대응이 신속하진 않다.

 “지구적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이 97년 합의된 교토의정서 이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중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말 파리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탄소세 부과 등 구체적인 대응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경제적으로도 기후변화가 큰 파장을 가져올 것 같다.

 “맞다.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을 시작으로 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에 도입했다. 지금은 직접 탄소세를 매기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다.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자 대세이기도 하다. 지금 보면 비용이고, 부담이지만 그걸 안 하면 어떤 세상이 될지는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 그 비용과 부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이 갈리는 것 아닌가.

 “온실가스는 상대적으로 개도국의 공장 굴뚝에서 많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중국이다. 이를 두고 선진국은 줄이라고 하고 개도국은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배출 지역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의 상당량은 서구 선진국 사람들이 수입해 쓰는 물건들이다. 단순히 제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만이 아니라 원료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배출량을 따져보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 그럼에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부담만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와 정부가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다.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각국의 경제 상황이나 여건을 감안해서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환경 면에서는 기후변화를 늦추고, 경제적으로는 관련 기술과 산업의 변혁을 불러와 새로운 경제가 탄생할 것이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에 매기는 가격이 국제적으로 통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가격이 나라별로 들쑥날쑥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아침에 공통의 가격을 도입하기는 어려우니 먼저 지역별 가격제를 도입하고 다른 나라와 연계하는 단계를 거쳐 전 세계에 단일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 우리 기업은 아직 기후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전통 산업과 첨단 산업을 불문하고 기후변화 해결책을 찾으려는 연구와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두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자동차로 말하면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카 개발은 물론 기존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는 것도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다. 우리 재계와 산업계에도 엄청나게 우수한 인재가 많다. 인식을 바꾸면 전혀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이른바 ‘대박’을 맞을 것이다.”

 - 정부의 산업 정책도 변화할 필요가 있겠다.

 “기후변화 관련 시장의 규모는 이미 작지 않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분위기를 맞추면서 따라가자는 식으로는 새로운 미래시장에서 소외된다. 리더가 아닌 팔로어밖에 못 된다. 이제는 전통 산업에서도 세계 선두가 된 분야가 많다. 하물며 새로운 시장을 포기해서야 되겠나.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유익하다.”

 - 기후변화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은.

 “기후변화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그럼에도 선진국과 개도국이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양쪽을 이해하고 아우를 수 있는 게 한국이다. 인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도 유치하지 않았나. 한국이 기후 문제에 대해 선도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 에너지 문제에서 원전을 빼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은 특히 원전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줄여왔지만 2011년 일본 대지진 뒤 원전 반대론이 거세지고 있다. IPCC의 시각은.

 “모든 기술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다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기술을 폄훼하지 않는다는 게 IPCC의 입장이다.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여러 기술에 분산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원자력도 그런 대안의 하나로 생각한다.”

 - 경제학자가 어떻게 에너지와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70년대 초 소득분배론을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 마침 그때가 70년대 초 1차 석유파동 후였는데 유가가 세 배로 뛰자 닉슨 행정부가 미국의 에너지 독립에 대한 정책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들을 발주했다. 저를 지도하던 멘토가 프로젝트 하나를 맡게 돼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때 처음으로 에너지 문제에 눈을 떴다. 이후 다국적 석유회사인 엑손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며 경제와 에너지, 환경이 밀접히 연결돼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본격적으로 환경과 기후에 천착한 것은 언제인가.

 “80년대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계시던 사공일 박사의 연락을 받고 귀국해 에너지 정책을 연구했다. 그러다 김만제 당시 원장의 권유로 동력자원연구소로 옮겨갔다. 이 연구소가 86년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초대 원장을 맡았다. 계속 연구하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 효과 문제와 직결돼 있기도 하고.”

 - 의장이 아닌 한 명의 학자로서 소감을 말해달라.

 “한 우물을 파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에너지 값이 오르고 현안이 되면 많은 이가 모여 연구하지만 값이 떨어지면 다 떠났다. 하지만 값이 오르건 말건 에너지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할 건 항상 많았다. 어떤 분야든 일생을 바칠 각오로 하면 반드시 뭔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아이디어를 다루는 국제기구의 수장을 한국인에게 맡긴 것은 전 세계가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나현철 논설위원
사진=김경빈 기자


이회성 의장은 …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미국 뉴저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다국적 석유회사인 엑손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귀국해 KDI에서 에너지 분야를 연구했다. 86년 초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맡아 10년 가까이 일하며 에너지와 환경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세계에너지경제학회장, 계명대 환경대학장, IPCC 부의장 등을 지냈고 현재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에서 에너지환경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친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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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