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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와인, 귀한 미식의 유혹 … 불그스레 물드는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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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섬 뉴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열리는 ‘와인&다인 페스티벌’의 야경. 바다 건너 빅토리아 하버의 스카이라인이 아름답다. [사진 홍콩관광청]


‘식도락 천국’ ‘쇼핑 낙원’인 홍콩에 11월엔 갈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와인의 달’을 맞아 안 그래도 싼 홍콩 와인 값이 더 내려가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피에르 가니에르, 조엘 로부숑 등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에서 진귀한 와인 페어링 디너가 펼쳐진다.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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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독일 비어페스트?에서 독일 전통 의상을 입고 서비스하는 홍콩 여성.


그 서막을 여는 행사가 10월 하순의 ‘와인&다인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7회를 맞은 페스티벌엔 세계 각지 와인 생산자·유통업자·애호가 수십만 명이 몰린다. 지난 22일 행사 첫날 홍콩섬 뉴센트럴 하버프론트를 찾았을 때 수백 개의 하얀 텐트가 줄지어 있었다. 나흘간 이곳에선 와인 부스가 200여 곳, 음식 부스가 100여 곳 운영된다. 감자칩부터 랍스터와 다양한 광둥요리까지 휴대용 와인잔을 든 관객을 기다린다.

시음을 위해선 행사장 입장권(30홍콩달러, 약 4400원)과 별도로 와인 교환권에 해당하는 토큰을 구매(충전)해야 한다. 3분의1잔 정도 맛보는 데 가격대에 따라 토큰 1개부터 3개까지 소요된다. 올해의 경우 300홍콩달러를 내니 토큰 20개를 충전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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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돼 ‘와인의 왕’으로 불리는 바롤로 와인, 스페인 비에르조 산지에서 토착품종 멘시아로 생산한 ‘테바이다’ 와인 등이 부스별로 시음자를 유혹했다. 각 부스에서 와인을 평소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줘서 화제가 된 보르도 그랑 크뤼 2009년산 샤토 오 바이가 1450홍콩달러(약 21만2000원)에 나와 있었다. 평소 가격(1800홍콩달러)에서 20% 남짓 할인됐다.

홍콩이 아시아 와인 유통의 허브임을 과시하는 이 행사는 2009년 시작됐다. 이 해는 홍콩 와인시장에서 여러모로 기록적인 해다. 바로 전해인 2008년 6월 홍콩 정부는 알코올 도수 30도 미만의 주류에 붙이던 세금을 철폐했다. 한때 80%에 이르렀던 주세가 사라지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009년 홍콩의 와인 판매 총액은 206% 뛰었다. 같은 해 뉴욕은 40% 정도 상승했으니 뉴욕의 다섯 배 가까운 성장률이다. 그해 소더비 경매에서 거래된 와인의 60%가 홍콩에서 판매됐다. ‘와인 소비의 킹콩’(영국 일간지 ‘가디언’)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하다.

와인만 싼 게 아니다. 홍콩의 저도주 면세 정책엔 맥주도 포함된다. ‘와인&다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맞은 편 주룽(九龍)반도의 해안가 쇼핑몰 하버시티에선 맥주 페스티벌이 열린다. 1992년 시작된 ‘마르코 폴로 독일 비어페스트’다. 올해는 지난 16일 시작해 11월7일까지 이어진다. 하버시티 옥상 주차장 공간에 독일식 비어가든을 재현하고 실내·야외 좌석에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게 했다.

바이에른 지방식 족발 요리 슈바인스학세를 앞에 두고 남녀노소가 시원한 에딩거 생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독일 전통의상 ‘던들’을 입은 여성들이 피처 생맥주를 판매하며 돌아다녔다. 저녁 8시가 되자 홍콩 명물 레이저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시작됐다. 생맥주와 야경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한번 앉은 손님들은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이럴 땐 소호 거리로 가야 한다. MTR 센트럴 역 근처 800m 길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 언덕에 내리면 거미줄처럼 교차하는 좁은 골목에 음식점들이 그득하다. 카페·바·레스토랑에다 갤러리·패션숍까지 합작해서 뿜어내는 활기는 소호를 센트럴의 센트럴(중심)로 만든다.

언덕 굽이굽이 올라 필 스트리트에 위치한 ‘더 라운드하우스 탭룸’을 찾았다. 2014년 CNN 트래블이 선정한 아시아 10대 펍에 뽑힌 곳이다. 이곳 탭에서 내리는 25종의 크래프트 맥주 가운데 홍콩산도 있다. 홍콩 수제맥주 1호 브랜드인 ‘영 마스터 에일즈’를 주문했지만 마침 똑 떨어졌단다. 대신 선택한 건 홍콩 비어 컴퍼니의 크루커드 아일랜드. 인디안페일에일(IPA)의 쌉쌀한 홉 맛을 느끼며 황금빛 거품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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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시원한 국물의 훈제 거위국수. 얏록


어디 술만 마실쏘냐. 길거리음식부터 미슐랭 레스토랑까지 선택지가 다양한 홍콩에선 삼시세끼도 부족하다. 3박4일 여정에서 가성비가 가장 높았던 곳은 센트럴의 미슐랭1스타 분식집 얏 록(Yat Lok)의 훈제 거위국수. 한국돈 1만3000원 정도에 쫄깃한 거위다릿살과 담백·시원한 국물을 ‘폭풍 흡입’했다. 1956년 문을 연 이곳은 끼니 때 가면 수십분 기다리는 건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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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생선 맛을 그대로 살린 가루파찜. 더보스


또 다른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더 보스’도 멀지 않은 퀸즈로드 센트럴에 있다. 예약 주문만 가능한 가루파찜이 대표메뉴다. 고화력에 달궈진 냄비에 토막낸 활어를 담고 특제소스를 흩뿌렸다. 단순·투박한 외양처럼 두툼한 생선살에서 정직하게 우러나는 재료 본연의 맛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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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 모양에 버섯볶음이 든 딤섬. 더소셜플레이스


2015년 미슐랭 홍콩·마카오 편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은 총 75곳(홍콩 64곳, 마카오 11곳)이다. 2008년 12월 첫 발간 당시 총 51곳이었으니 제주도보다 작은 이곳에서 연평균 3곳 이상 늘고 있다. 그러나 홍콩 본연의 맛은 평범한 딤섬 집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퀸즈로드 센트럴의 ‘더 소셜 플레이스’는 혀와 눈을 즐겁게 하는 아기자기한 딤섬과 확 트인 오픈 키친으로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 메추리보다 살짝 큰 새끼비둘기 훈제구이가 특제메뉴인데, 닭고기보다 쫄깃한 식감이 예사롭지 않다.

바삭·쫄깃한 어린 비둘기 훈제구이. 더소셜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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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길거리 음식이 있다. 주룽 쪽 전통 재래시장 샴슈이포에서 2대째 광둥식 떡·빵을 파는 콴키 상회. 한국돈 1000원 정도 하는 푸짜이커우(일종의 개떡)를 비롯해 10여 가지 떡·빵을 매일 수제로 내놓는다. 푸짜이커우만 하루 600~900개씩 팔린단다. 전날 8시에 쌀을 불리기 시작해 새벽 3시에 당일 팔 것들을 만든다. 화려한 쇼핑가 뒤쪽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만든 이 떡을 먹지 않은 자, 아직 홍콩을 절반도 보지 못한 것이다.


글·사진=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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