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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묵묵한 연극언어, 사고하는만큼 공감한다 '만추'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 '만추'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한국 멜로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만희(1931~1975) 감독의 영화 '만추'(1966)의 7번째 리메이크작이다. 6번째 리메이크작인 김태용(46) 감독의 '만추'(2011)를 원작으로 삼았다.



연극은 무대 언어로 영화의 장면들을 치환했을 뿐, 원작의 아우라를 묵묵히 따라간다.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2층 무대를 썼는데, 부러 철골 구조를 사용해 쓸쓸함을 강조한다.



이 적적함의 허전함에 연극은 무력하다. 클로즈업 등 압도적인 영상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어느 순간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의 존재감에 기대어 이야기만 나열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장르의 장점이 발화되기 위한 여백의 땔감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그 장작은 '포크 장면'에서 감정의 폭발에 불을 지핀다.



사랑했던 남자에게 아무렇게나 배신당한 중국계 미국인 애나. 다른 남자와 결혼했으나 그를 죽인 뒤 감옥에 들어간 그녀는 엄마의 부음을 전해듣고 특별 휴가 72시간을 부여 받는다. 엄마의 장례식에서 사랑했던 남자를 만나는데,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 교감을 나눈 한국인 남창 '훈'이 그와 주먹다짐을 한다.



훈은 그가 자신의 포크를 썼다며 왜 사과도 하지 않느냐고 떼를 쓰고, 애나는 사랑했던 남자에게 왜 남의 포크를 썼느나며 엉엉 운다. 훈은 그가 애나가 사랑했던 남자임을 직감했다. 훈의 남자에 대한 사과 요구는 결국 애나에 대한 사과를 청한 것이다.



낯선 미국 땅에서 적막감을 느꼈던 애나와 훈이 통한 감정은 어느새 관객들에게도 번진다. 훈과 애나가 왜 그깟 포크 때문에 분노하고 우는지를 아는 관객들은 이전의 밋밋함이 감정을 쌓아올리기 위한 도화지였음을 깨닫는다.



연극은 굳이 영화와 차별화를 하지 않는다. 연극 언어 그 자체만 따라가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걸 안다. 이명행의 훈은 영화 속 훈에 비해 모범적이지만, 그래서 더 순수하다. 김지현의 애나는 영화 속 애나보다 더 차분해, 안타깝다.



시애틀의 안개 속에서 키스를 나눈 훈과 애나는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자신과 바람을 피운 유부녀를 살해했다는 죄를 뒤집어 쓴 훈. 그리고 훈을 기다리는 애나. 늦가을이라는 뜻의 만추(晩秋)의 쓸쓸한 정서가 유독 짙어진다.



11월8일까지 아트원시어터 1관. 훈 이명행 박송권, 애나 김지현 김소진, 연출 박소영. 러닝타임 105분. 4만~5만원. HJ컬처. 02-588-7708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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