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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도 헷갈리는 '미필적 고의' 판결…"그때 그때 달라요"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편집자주] 우리 법은 고의로 죄를 지은 사람보다 과실을 저지른 사람에게 훨씬 관대하다. 그런데 고의와 과실을 나누는 기준은 매우 미묘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사건도 고의와 과실 사이에서 1·2심 판단이 엇갈린 대표적 사례다. 고의와 과실의 경계에 있는 '미필적 고의'의 뜻과 기준에 대해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봤다.

[[고의와 과실 사이<下>] "판단 엇갈리지 않도록 일관된 기준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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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1. 지난해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 병장(27)은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동료 병사들과 함께 수십차례 윤 일병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1심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받았다. 재판부는 이 병장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조만간 이 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윤 일병의 유족들은 "개인의 불운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반복된 폭행에 의한 살인이라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2. 삼각관계에 놓인 직장 동료의 얼굴에 테이프를 감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 그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코에는 테이프를 감지 않았고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그에게 강도살인죄가 아닌 강도치사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질식사로 볼 수 있다면 최소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이후 A씨는 파기환송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일정한 범죄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뜻하는 '미필적 고의'를 둘러싸고 상하급심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재판부는 범죄와 관련된 각종 증거와 정황 등을 토대로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한다. 그러나 범죄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식했는지는 사실상 피고인 자신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필적 고의가 재판에서 쟁점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형량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살인과 같은 범죄의 경우,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살인죄의 적용을 받는다. 그렇지 않다면 과실치사나 상해치사 등의 적용을 받게 된다. 현행법상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반면 과실치사의 경우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상해치사의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피고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선 판사들도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특히 '열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조계 격언처럼 섣불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유죄를 인정하기란 큰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경우, 사안에 따라 여러가지 증거들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판사는 "재판을 하다 보면 대체 실무적으로 어떤 경우에 미필적 고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와 관련해 상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다. 이에 대해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의와 과실 사이에 있는 것이 미필적 고의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무 자르듯 재단하기는 매우 애매하고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도 "판사들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살인과 같이 죄가 무거워지는 경우에는 상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지 않도록 일관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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