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그의 퇴폐미가 제임스 딘을 만났을 때

[배우] 그의 퇴폐미가 제임스 딘을 만났을 때 
 
기사 이미지

'라이프'에 나타난 데인 드한의 매력

‘라이프’(원제 Life, 10월 15일 개봉, 안톤 코르빈 감독)는 배우 제임스 딘(1931~55)의 이야기이되 그의 생애를 조명하는 일반적인 전기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제임스 딘(데인 드한)이 우연히 만난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로버트 패틴슨)과 보낸 2주간의 일을 그리며 두 인물을 깊숙이 조명한다. 엄밀히 스톡의 입장이 더 부각되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제임스 딘이 어떻게 묘사되느냐 역시 관건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데인 드한(28)은 제임스 딘을 연기하기 위해 몸을 만들고, 머리와 귓불의 모양을 바꿨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드한이 전설적 아이콘의 이름 뒤에서 인간적 면모를 끄집어낸 연기를 펼쳤다는 사실이다. 반항기 가득하고 유약한 소년의 표상 같았던 배우 데인 드한의 매력은 ‘라이프’를 거치며 이렇게 달라졌다.


- 고독한 스타의 인간적 매력 50%
‘라이프’

 
기사 이미지
누군가의 삶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은 예상치 못하게 저물어가는 시점. ‘라이프’는 그 두 개의 삶이 교차하는 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느 한쪽을 연기해야 한다면, 데인 드한은 당연히 후자가 어울린다.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대부분 고독이나 괴로움으로 그늘진 자리에 선 인물의 손을 들어주는 배우였으니까.

사실 생김새만 본다면 모두를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캐스팅은 아니다. 드한이 연기한 인물이 다름 아닌 제임스 딘이기 때문이다. ‘에덴의 동쪽’(1955, 엘리아 카잔 감독) ‘이유없는 반항’(1955, 니콜라스 레이 감독) ‘자이언트’(1956, 조지 스티븐스 감독), 단 세 편의 주연작으로 전설이 된 배우.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교통 사고로 생을 마감한 이 비운의 배우는 개성 강한 외모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분위기로 영원히 사그라지지 않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드한은 이 역할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절했다. 좋은 시나리오와 안톤 코르빈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음에도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드한은 그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내가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딘에 대한 내 존경심 때문에라도 쉽지 않았다. 그는 전 세대에게 존경받는 인물이고, 때문에 나는 그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돌린 건, 이 영화가 제임스 딘을 다룬 방식이다. 극 중 딘은 유명세의 궤도에 오르기 직전의 배우다. ‘에덴의 동쪽’이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기 직전이었고, 나머지 영화들은 아직 촬영 전이었다. 당시의 딘은 스타로서 화려한 레드카펫을 밟는 시간보다 고향 인디애나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박한 저녁 시간이 더 중요했던 사람이다. 스타 제임스 딘이 아닌 인간 제임스 딘을 화면 안으로 불러오는 것. 그것이 드한에게 떨어졌던 숙제이자, 그가 이 영화에 매력을 느낀 가장 큰 이유였다.

드한은 ‘라이프’에서 상대방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다. 극 중 딘이 모든 상황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고 함께 ‘라이프 매거진’에 실을 화보를 만들어 보자는 신인 사진작가 스톡(로버트 패틴슨)의 제안을 받아들일 듯하면서도 쉽사리 수락하지 않고 애를 먹인다. 배우를 이용하려는 장삿속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던 실제 딘의 마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상대방을 바라보는 표정과 나른한 목소리로 그 속을 헤아릴 수 없게 만드는 드한의 연기를 통해 뿜어져 나온다. 그 때문에 이 영화의 딘은 순간순간 여성적 매력마저 풍기는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 인물과,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매력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긴장을 조율해 가는 것. 드한은 그 쉽지 않은 연기를 유연하게 해냈다.

동시에 ‘라이프’의 딘은 현재를 충실하게 산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인물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온통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던 스톡. 그는 ‘지금, 여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딘과 함께 지내면서 다른 삶(Life)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본다. 자신의 마음을 억제하지 못해 자멸해버리고 마는 캐릭터에 가까웠던 ‘크로니클’(2012, 조쉬 트랭크 감독)의 앤드류와 ‘킬 유어 달링’(2013, 존 크로키다스 감독)의 루시엔 카 같은 인물의 얼굴에만 맞춤형으로 어울리는 듯했던 드한. 그랬던 그가 어느덧 시대의 아이콘 뒤에 숨어 있던 쓸쓸함과 인간적 면모까지 건져 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됐다.


- 치명적 퇴폐미 30%
‘킬 유어 달링’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2014, 마크 웹 감독)
 
기사 이미지
눈 아래 깊게 팬 주름이 이토록 치명적으로 보이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 특유의 눈주름은 왜소한 몸, 가느다란 머리카락, 매력적인 미소와 더불어 드한의 ‘퇴폐미’를 완성하는 일등 공신이다. ‘킬 유어 달링’에서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든 뒤, 곧 그 마음을 짓밟아버리는 마성의 뮤즈 루시엔 카를 연기할 때는 물론, 블록버스터의 악당을 연기할 때도 이 매력은 빛났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드한이 연기한 해리 오스본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인물.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2002~2007)에서 같은 배역을 연기했던 제임스 프랭코에게서 건강한 청년의 모습이 더 잘 보였다면, 드한에게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때문에 비뚤어지고 상처받아 자멸하려는 자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2011년 출연한 TV 시리즈 ‘트루 블러드’(2008~2014, HBO)는 일찌감치 그런 드한의 매력을 십분 활용했던 작품이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반(半) 인간 표범족의 일원 팀보를 연기, 생고기를 뜯어먹으며 화면을 뚫어버릴 듯한 눈빛을 발사한다.


- 동정심을 유발하는 유약한 소년 20%
‘크로니클’ ‘로우리스:나쁜 영웅들’(2012, 존 힐코트 감독)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2013,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기사 이미지
드한의 첫 주연작 ‘크로니클’은 그에게 맞춤옷 같은 역할을 선사했다.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의 이중고에 시달리던 고등학생 앤드류는 우연한 기회에 초능력을 얻는다. 앤드류에게는 엄청난 힘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결국 홀로 분노를 키우던 그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다. 이후 나약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한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폭발하는 불행한 소년의 얼굴은, 드한이 맡은 다른 역할에서도 곧잘 보이곤 했다. 드한이 연기한 인물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19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밀주 사업을 벌이는 친구를 돕다가 희생당하는 절름발이 크리켓(로우리스:나쁜 영웅들), 아버지 세대의 악연을 어떻게든 제 힘으로 끊어내려는 소년 제이슨(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이 그랬다. 드한은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고통을 짊어지는 이 캐릭터들을 마치 원래 모습인 양 연기하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삼았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러움이 끓어오르는 소년의 이미지. 다양한 연기로 새로운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드한을 구성하는 중요한 연기 성분 중 하나다.


글=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