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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산 소매치기의 달인, 어떻게 붙잡혔나 보니…

지난 24일 오후 6시쯤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전국적인 이벤트로 자리 잡은 ‘부산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수욕장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모두들 불꽃놀이가 시작될 순간만 기다리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모(55)씨는 달랐다. 한 손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든 그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인파를 비집고 돌아다녔다. 이따금씩 사람들 호주머니를 툭툭 치는 모습도 보였다.

조금 뒤 최씨는 등산복 차림의 박모(70·여)씨에게 접근하더니 박씨의 바지 주머니를 손가락으로 슬쩍 건드렸다. 훔칠 돈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박씨가 기척을 느끼지 못하자 최씨는 오른손으로 박씨의 주머니 지퍼를 열고 눈 깜짝할 사이에 현금 30만원을 빼냈다. 왼손에 든 비닐봉지로는 범행 장면을 슬쩍 가렸다. 박씨는 불꽃축제를 구경하느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던 최씨는 범행을 지켜보고 있던 최해철(50) 경위에게 붙잡혔다. 최 경위는 이날 인산인해를 이루는 행사장에서 소매치기 등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잠복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최 경위가 최씨를 특정한 포인트는 단 하나였다. “불꽃축제에 와서 정작 불꽃은 안 보고 주위만 살피는 게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최 경위는 최씨를 붙잡자마자 “소매치기 붙잡았습니다. 돈 잃어버렸는지 확인해 보세요”라고 소리쳤다. 피해자가 없으면 훔친 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서였다. 그제서야 박씨가 “주머니에 있던 현금이 없어졌다”며 달려왔다. 박씨는 “돈이 사라진 사실조차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잡고 보니 최씨는 부산 경찰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이름난 소매치기였다. 특히 면도칼 같은 도구는 쓰지 않고 맨손만 사용하는 ‘맨손빼기’의 달인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의 22차례 전과 기록 중 소매치기만 14차례에 달했다. 붙잡힌 최씨의 지갑에서는 박씨에게 훔친 30만원 외에도 현금 48만원이 더 발견됐다. 게다가 최씨는 청각장애인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수화로 “돈을 좀 훔쳐 보려고 축제 현장을 찾았다”고 진술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26일 최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최씨 같은 ‘맨손빼기’ 소매치기는 소매치기계에서도 ‘에이스’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소매치기들은 양날 면도날을 반으로 잘라 손가락에 끼운 뒤 핸드백이나 양복 주머니 등을 찢어 지갑을 빼낸다. 이 때문에 최씨처럼 범행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소매치기는 그들 사이에서도 고수로 통한다. 옷이 찢어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종종 “지갑을 어딘가에 두고 왔다”며 분실 신고를 하기도 한다. 증거를 남기지 않아 붙잡기도 힘들다.

소매치기들의 주무대는 출퇴근 지하철이나 백화점 행사장 등 인파가 몰리는 장소다. 핸드백을 노린 소매치기는 ‘백따기’ 또는 ‘바닥치기’, 양복 안쪽 주머니를 훔치는 소매치기는 ‘안창따기’로 불린다. 취객에게 부축하는 척 접근해 지갑을 훔쳐 가는 ‘부축빼기’는 널리 알려진 소매치기 방법이다.

또 소매치기들은 대부분 현금만 노린다. 지갑을 훔친 뒤 현금만 빼내고 신용카드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게 원칙이다. 사용 기록이 남아 경찰에 추적을 당할 가능성이 커서다. 훔친 지갑도 반드시 버린다. 절도 증거물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절대 정면에서 훔쳐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면 된다”고 말한다. 최 경위는 “불꽃축제처럼 사람들이 서로 밀고 밀리는 장소에서는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두면 안 된다”며 “누군가 뒤에서 밀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갑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여성 핸드백은 어깨 한쪽으로 멜 경우 소매치기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가능하면 대각선 방향으로 메고 핸드백은 가슴 정면에 두는 게 안전하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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