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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아이들과 2년 … 최진철 “내 몸엔 사리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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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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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칠레 코킴보 관광에 나선 U-17 대표팀. 아이스크림을 먹는 이승우(가운데). [사진 대한축구협회]

최진철(44)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 감독은 ‘반전 있는 남자’다. 차분한 얼굴 뒤에 현역 시절 ‘악바리’라 불린 근성을 숨겼다. 좀처럼 표정이 없는 공식 석상과 달리 사석에서는 썰렁한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선수시절엔 불 같은 성격이었는데
사춘기 선수들 혹시나 상처 줄까
다혈질 고치려 그냥 참고 또 참아
프로 아닌 U-17팀으로 간 이유는
선진축구 배우려 협회 기술국 선택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 생각해

 ‘최진철호’는 강호 브라질·기니·잉글랜드와 경쟁한 본선 B조를 2승1무(2골 무실점)로 가뿐히 통과했다. FIFA 주관 메이저 대회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통과한 건 최진철호가 처음이다. 오는 29일 열리는 16강전(FIFA 랭킹 3위 벨기에 또는 개최국 칠레)에 대해서도 최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이번에도 재미있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중앙일보는 지인들이 전달한 질문 보따리를 품고 25일 칠레 현지에서 최 감독을 만났다. 안정환 해설위원과 이운재 올림픽축구대표팀 코치, 2006 독일 월드컵 대표팀 주치의 김현철 유나이티드 병원장, 12년간 몸담은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과 김욱헌 홍보팀장, 숭실대 시절 은사 최만희 축구협회 대외협력기획단장이 촌철살인 질문을 던졌다.


 안정환=이번 U-17 대표팀이 우리가 그 나이일 때보다 훨씬 잘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최진철=커가는 과정을 5년쯤 지켜보니 이 선수들이면 충분히 세계와 붙어볼 만 하겠더라고. 수원컵과 미국 전지훈련 평가전에서 부진했지만, 체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 걱정하지 않았어.

 김현철=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당시에 센데로스와 헤딩 경합을 하다 눈가가 찢어졌잖아요. 급히 봉합하려는데 최진철 선수가 눈물을 흘려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 눈물은 어떤 의미였습니까.

 진철=아프니까 울었죠(웃음). 마음이요. 최고참인 내가 골을 내줘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게 미안했어요.

 현철=희생 정신이 뛰어난 선수셨죠. 제자들에게도 팀을 위한 희생을 강조하나요.

 진철=어린 선수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생각이 많아지고 민감해져요. 그런 시기에 선수단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끈이 희생이죠. 우리 팀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현철=선수 때 후배들에게 썰렁한 농담을 던져 긴장을 풀어주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지금도 ‘최진철식 농담’을 하나요.

 진철=저는 많이 하는데 아이들이 안 웃네요. 요즘엔 선수들이 더 경직될까봐 자제하는 편이죠(웃음).

 최강희=2006년 전북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할 때 30대 중반의 선수가 10대처럼 뛰려 해서 내가 말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진철=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있잖아요. 아시아에서 우승한다는 건 정말 가슴 뛰는 목표니까요.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피운 대회였습니다.

 강희=지도자로서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진철=제 성격 아시잖아요. 한 번 빠지면 ‘올인’하는 거. 지금은 우리 선수들 생각 뿐입니다. 이 선수들이 변함 없이 잘 성장해서 장기적으로 A대표팀에 오를 수 있게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김욱헌=감독님은 평소 온순하지만 가끔씩 성격이 불 같잖아요. 어떻게 다스리세요.

 진철=선수 때는 내가 봐도 다혈질이었지. 축구협회 전임지도자가 된 이후엔 어린 선수들과 자주 접촉하니까 성격을 고치긴 해야겠는데 그게 쉽나. 그냥 참고 또 참았지. 내 몸에 사리가 쌓여가는 느낌이야. 작년에 3개쯤? 올해도 3개. 도합 6개네.

 최만희=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날이 많으니 잘 챙기지 못했을 것 같아 안타깝구나.

 진철=혹시나 성적도 내고 가족도 챙기는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초보 감독이라 집에 있을 때도 아들이 학교는 갔다왔는지, 딸이 뭘 좋아하는지 전혀 신경 못 썼습니다. 대회 끝나면 잘해줘야죠.

 만희=자신만의 지도철학은?

 진철=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연습한 것을 경기장에서도 제대로 활용하도록 돕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훈련장에서 120%를 해야 경기장에서 100%를 할 수 있다고 믿고, 늘 강조합니다.

 이운재=형, 프로축구에도 좋은 기회가 많았을 텐데 축구협회 전임지도자를 선택한 이유가 뭐야?

 진철=오라는 팀이 없던데?(웃음) 예전부터 축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어. 선진 축구를 제일 빨리 받아들이는 곳이 축구협회 기술국이니까 거기서 일해보자 싶었지. 그 결정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어.

 중앙일보=어린 선수들과 세대차이를 느낀 적은 없나요.

 진철=셀 수 없죠. 경기 직전 버스 타고 갈 때 선수들 흥 나라고 음악을 트는데, 전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왜 그렇게 크게 틀고, 또 그렇게들 따라 부르는지(웃음). 전 감독이 시키면 죽기살기로 따랐는데, 제자들이 마음껏 의사표현 하는 걸 보면 어색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중앙=거스 히딩크 등 함께 한 지도자들에게 어떤 장점을 배웠나요.

 진철=히딩크 감독님께는 심리 파악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최만희 감독님께는 수비수로서 갖춰야 할 집요함과 강인함을, 최강희 감독님에겐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감안한 배려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중앙=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목표로 언급한 4강, 진짜 가능합니까.

 진철=저 혼자선 불가능하죠.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와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코킴보(칠레)=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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