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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미·중의 노골적인 ‘한국 안방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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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중앙SUNDAY 차장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사학·국제정치학·경제학계 저명 학자들이 ‘포럼의 계절’을 맞아 지난주 서울을 많이 찾았다. 그런데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포럼장에서 듣기에 거북했다.

 ‘G2(미국·중국) 전쟁’을 주제로 2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5 세계지식포럼’에서 미·중 논객들은 한국을 가운데 놓고 양팔이 찢어질 정도로 세게 끌어당겼다.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중국이 한국에 안보를 제공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한국이 중국 편을 들면 미국과의 관계는 끝장난다”고 단언했다. 후안강(胡鞍鋼) 중국 칭화대 국정(國情)연구원장은 “중·미가 협력하면 세계에 복음”이라며 “한국은 중·미가 화합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시광(李希光) 칭화대 교수는 “한국에는 친중 정책이 있을 수 있다. 현실적·역사적·문화적으로 중·한은 다른 선택이 없다. 한국은 중국과 인문·문화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23일 국립외교원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한국 외교의 길을 묻는다’란 주제의 국제 콘퍼런스 특강에서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한·미·일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자국에 이익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이 계속 성장해 ‘고질라(괴물)’가 되면 패권을 못 막는다”면서 “그전에 중국 경제에 많은 문제가 생기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격적 현실주의자의 논리다.

 이에 대해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예봉을 피하면서도 “중·미·한 3국 관계에서 중국은 한국이 좀 더 중립적이길 바란다”고 한국에 주문했다.

 사실 미·중 사이 선택론이나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傾斜·한쪽으로 치우침)론이 나온 데는 배경이 있다. 세계 2위로 올라선 중국의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이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를 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후안강 교수가 19일 성균중국연구소 특강에서 “중국이 이미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40여 개국의 제1 무역 상대국이 됐다”고 소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는 “2014년 중국의 종합국력(CNP)이 미국을 앞질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안방인 서울 한복판에서 미·중 논객들이 갑론을박하면서 이래라저래라 주문하는 모양새가 별로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중의 러브콜이라고 좋게 표현했지만, 러브콜이나 축복으로 볼 상황인가.

 역사를 되돌아보면 강대국들은 국익을 위해 결정적 순간에 이스라엘을 배신했다고 최근 예루살렘 출장길에 들었다. “결국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것은 우리 자신”이란 이스라엘의 뼈아픈 경험은 많은 피를 흘린 뒤에 얻은 처절한 교훈이었다.

장세정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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