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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 새파란 손가락, 전신 경화증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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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주부 박인화(38)씨는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엔 신경이 부쩍 예민하다. 조금만 추워도 손발이 얼음처럼 차갑다. 장갑을 끼고 다녀도 손가락이 새파랗게 변한다. 어느 날부터 손발이 붓고 뻑뻑해지더니 손·손등·얼굴 등 온몸의 피부가 거칠고 딱딱하게 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위가 넓어졌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았더니 피부가 딱딱하게 굳는 전신 경화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류머티스내과 박용범 교수는 “전신 경화증은 심장이나 폐 같은 장기까지 영향을 끼쳐 생명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온몸이 돌처럼 딱딱해지는 희귀병


여성 발병률이 남성의 4~8배

전신 경화증은 신체 면역체계 이상으로 피부세포인 콜라겐이 과도하게 증식해 쌓이면서 피부가 두꺼워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야 할 피부가 딱딱하게 변한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유병률이 낮아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국내에는 2000~3000여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다만 류머티스관절염·루푸스처럼 발병률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4~8배 높고, 30~50대에 주로 발병한다.

증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최정윤 교수는 “증상이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손·얼굴·목·가슴 순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손가락·발가락이 뻣뻣하고 퉁퉁 붓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체 곳곳이 변형된다. 주먹을 쥐기 힘들고, 피부 주름이 없어진다. 손부터 시작해 얼굴·목으로 이어지는 피부가 굳어지면서 표정이 사라진다. 입술이 얇아지고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이 힘든 특징을 보인다. 무표정한 얼굴로 변하면서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뿐 아니다. 온몸 구석구석 퍼진 혈관은 물론 식도·위·폐·소장 같은 내부 장기도 서서히 굳는다. 외출은커녕 식사하거나 숨을 쉬는 일상생활이 어렵다. 식도나 소화기관이 굳으면 음식을 삼키고 소화하기도 힘들다. 소장의 연동운동이 떨어져 구토·변비·설사가 심해진다. 폐로 연결된 혈관이 딱딱해지면 호흡 기능이 떨어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다. 마치 빨대로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을 호소한다. 전신 경화증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환자 58% 손가락·발가락 궤양

전신 경화증은 합병증 관리가 필수적이다. 완치가 어려운 데다 망가진 피부나 장기의 회복이 불가능하다. 혈관이 대표적이다. 우리 몸은 3~4㎝의 굵은 혈관부터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이런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이다.

박 교수는 “모세혈관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나비효과처럼 증상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작고 가느다란 모세혈관부터 망가지기 시작해 차츰 큰 혈관까지 좁아진다. 결국 혈관 주변 장기까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조직 섬유화나 괴사로 이어진다. 예컨대 손·발끝에 있는 모세혈관이 사라지면서 궤양이 나타난다. 거칠어진 피부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잘 생긴다. 이때 상처 부위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으면 피부가 아물지 않고 괴사한다. 결국 손가락·발가락 피부가 썩으면서 기능을 잃는다. 통증도 매우 심하다.

미국 피츠버그대 데이터에 따르면, 전신 경화증 환자의 58%는 손가락·발가락 피부가 서서히 썩는 수지·족지 궤양을 겪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56%는 수지·족지 궤양이 6개월 이상 지속됐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중증 환자도 30%나 됐다. 수지·족지 궤양이 나타나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높아 생존율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 최 교수는 “처음 궤양이 발생한 시기가 빠를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약으로 혈관 넓혀 진행 속도 늦춰

요즘에는 가능한 한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춰 치료한다. 이미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돕는 약으로 관리하는 식이다. 염증을 줄이면서 혈류를 원활하게 해 합병증을 줄인다. 박 교수는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막으면 조직 섬유화를 최대한 지연시켜 삶의 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조기진단도 중요하다. 전신 경화증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다. 최 교수는 “조금만 추워도 손가락 혈관이 수축해 손가락 색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 증후군은 전신 경화증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환자의 95% 이상은 레이노증후군을 앓고 있다.

혈관을 보호하는 생활습관을 기른다. 평소 손발은 물론 몸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추울 때는 장갑·양말·모자 등을 착용한다. 산책·빨리걷기같이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피부를 유연하게 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혈관 수축을 재촉하는 담배는 삼간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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