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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뼈는 알고 있다, 당신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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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린 인체해부도 중 갈비뼈와 다리뼈 부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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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진주현 지음
푸른숲, 344쪽, 1만7000원


퀴즈로 시작해보자. 인간을 다른 영장류와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중학교 때 배운 대로 정답은 ‘직립보행’이다. 이제는 상식이 되었지만, 1900년대 초만 해도 과학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못했다. 침팬지나 원숭이 등의 동물과 사람을 구분 짓는 특징은 아마도 커다란 뇌일 것이라 굳게 믿었다. 열쇠는 ‘뼈’였다.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320만 년 전 소녀, 일명 ‘루시’의 뼈가 이런 생각을 바꿔놓았다. 루시의 뇌는 자몽 한 알 크기 정도로 작았고, 골반과 다리 뼈의 모습은 챔팬지 등과는 다르게 두 다리로 서서 곧게 걸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뼈 화석의 발견으로 사람을 사람이게 만드는 첫 번째 특징은 두뇌 용량이 아니라 직립보행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게 된다.

 루시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했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의 저자인 진주현(37) 박사다. 그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루시의 뼈 발굴기를 담은 책 『최초의 인간 루시』를 읽고 인간의 뼈라는 대상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에서 동물과 인간의 뼈를 연구했고 현재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DPAA)에서 법의인류학자(forensic anthropologist)로 일하고 있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에서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를 발굴해 분석한 후 이를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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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현 박사

 이 책은 우연히 뼈의 매력에 빠져 뼈 만지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진 박사가 안타까운 마음에 쓴 책이다. “사람들은 뼈라고 하면 무섭다는 생각을 먼저 하지만, 사실 뼈는 인간에 대한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흥미로운 대상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아찔한 쇄골라인’ 등의 표현처럼 미의 상징으로 불리는 쇄골이 죽은 사람의 나이를 밝히는 핵심적인 단서로 사용되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쇄골은 인간 몸의 뼈 중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 가장 늦게까지 자라는 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지 5주 만에 생겨난 쇄골은 조각으로 나눠져 있다가 서른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하나의 뼈로 붙는다.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들의 상당수는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이었는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쇄골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뼈는 진실을 알고 있다. 아이들의 몸에 남은 상처가 사고에 의한 것인지, 학대에 의한 것인지를 밝혀내는 데도 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뼈가 유연하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에도 부러지지 않고 살짝 휘었다 제자리로 돌아간다. 따라서 두 돌 안 된 아이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경우는 어른들의 폭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위태위태해 보이는 만삭의 임신부가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는 것은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독특한 요추배열 덕분이다. 책은 이렇게 쇄골·갈비뼈·척추·광대뼈 등 우리 몸의 여러 뼈에 담긴 이야기를 조목조목 풀어내며 뼈의 구조와 역할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흔히 척추동물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구상의 동물 중 척추동물의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뼈가 있었기에 화석으로 남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다. 중국 윈난성에서 발견된 5억2천만 년 전의 ‘턱없는 물고기 뼈’ 화석은 지구상에 척추동물의 출현을 알려주는 중요한 화석이다. 사람과 새, 박쥐, 말, 도마뱀 등은 모두 생김새가 다르지만 발 하나에 발가락 다섯개가 생겨나는 유전자가 같으며 팔다리 뼈의 기본 구조가 똑같다는 사실 등도 흥미롭다. 편안하고 재치있는 서술 덕분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이들도 척추동물의 역사와 인류 진화의 발자취를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종사하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하와이의 어떤 집 뒤뜰에서 발견된 시신을 수습해 그의 신원을 밝혀내는 과정, 심하게 부패 된 사람의 시신에서 남은 살과 근육을 떼어내고 뼈만 발라내는 작업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마치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저자가 일하고 있는 DPAA를 통해 한국전쟁에 참전해 사망한 남편의 유골과 63년 만에 재회한 할머니의 사연에는 눈물이 핑 돈다. 저자는 “누군가에게는 다정했던 얼굴과 보드라웠던 손이 다 사라지고 뼈만 남은 채로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수많은 유해들의 이름을 찾아주고, 그의 가족을 찾아주는 이 일이 좋다”고 말한다. 그 뼈들 중 상당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연고 무덤에 묻힌 채 사라진다 하더라도. “어떤 존재에 다정한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다니, 참으로 감사하다.”

[S BOX] 공룡뼈는 땅 주인 소유 … 83억원에 팔린 티라노사우루스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중앙에는 커다란 공룡 뼈가 전시돼 있다. 매년 수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뼈로 불리는 ‘수(Sue)’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종을 대표하는 공룡 화석인 수는 몸 길이만도 12미터가 넘고 땅에서 엉덩이까지의 높이가 4미터나 된다. 이전에 발견된 공룡들과는 달리 90%에 가까운 뼈가 아주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돼 화제가 됐다.

 이 뼈가 더 유명해진 건 소유권 분쟁 때문이었다. 1990년 여름 한 발굴업체가 미국 사우스타코타주의 한 농장에서 수의 뼈를 발견했다. 업체측은 공룡뼈를 박물관에 팔아 돈을 벌 생각에 들떴다. 그런데 이 소문을 듣고 공룡뼈가 발견된 땅의 주인이 제동을 걸었다. 자신의 땅에서 나왔으니 자신이 소유주라는 것이다. 수천만 년 전 우연히 땅 속에 묻힌 뼈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5년 가까이 진행된 법정싸움 끝에 법원은 땅 주인의 손을 들어준다.

 땅 주인은 이 공룡뼈를 공개 경매에 내놓았고, 1997년 10월 뉴욕 맨해튼의 소더비 건물에서 세계 최초의 공룡 뼈 경매가 시작됐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등 세계 여러 박물관의 치열한 경합 끝에 공룡 뼈는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박물관에 약 83억원에 낙찰됐다. 공룡 뼈 경매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동시에 오래 전 지구의 선물인 화석을 거액에 사고파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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