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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사과 충분하단 日에 "한국민 느끼는 결과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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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킴 뉴욕주 하원의원


“내가 한국에서 여성의 뺨에 입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고 칩시다. 나는 반가움과 호의로 그렇게 한 것이지만, 해당 여성은 성추행이라고 느끼겠죠. 일본이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사과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것과 같은 오류를 저지르는 겁니다.”

재미 차세대 한인 정치인들에게 듣다-① 론 킴 뉴욕주 하원의원


세계한인정치인포럼(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 주최, 재외동포재단 후원) 참석차 방한한 론 킴(36·한국 이름 김태석·민주당) 뉴욕주 하원의원은 2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오기 직전 그는 일본 외무성의 초청으로 도쿄를 방문했다. 초청을 받았을 때 그는 “인권 문제, 특히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고, 외무성 측이 이를 수락해 방문이 이뤄졌다고 한다.

론 킴은 “외무성 당국자들을 만나 위안부 피해 문제를 이야기하자 ‘우린 이미 열두번은 사과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의도와 상관 없이 결과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면, 중요한 것은 그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한국계 최초로 뉴욕주 의원에 당선됐던 그는 “이제 한인 정치인으로서 우리가 하는 행동과 한국인들에게 미치는 보이지 않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나는 한국계 미국인만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뿌리는 절대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어렸을 적엔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 아시아계를 대변하기 위한 더 큰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향으로 돌아와 출마했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인으로서 한국계라는 점이 지니는 의미나 영향력이 있나요.

“사실 처음 당내 경선에 나갔을 때 근소한 차이로 이겼는데, 정작 아시아계가 많은 지역에서는 표를 별로 얻지 못했습니다. 내가 대표하고 싶은 것은 한국계 미국인 뿐만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내가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잊었단 뜻은 아니죠. 지난 몇년 간은 뉴욕 내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력 신장에 기여하는 아주 뜻깊은 순간들이었습니다.

1세대 한인들은 정치를 뭔가 거물이 되기 위한, 지위를 얻기 위한 수단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다른 이민자 사회에서 그랬듯이 사실상 표를 사려는 듯한 시도들도 했고요. 우리가 선거유세에서 증명하고자 했던 것은 사람들에게 ‘정치는 공적 서비스이며,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고, 지역구민에게 목적의식을 갖게 도와주는 것’이란 점입니다. 우리는 유권자들이 목적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이런 과정을 시작했고, 더 어린 세대들과 함께 어떻게 될지 볼 수 있겠죠.”

-미 정계 주류에서 활동하는, 한인 1세대는 하지 못했던 일을 개척자로서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 부모님들 세대는 모든 걸 버리고 살고 있던 땅을 떠나와 엄청난 희생을 했습니다. 내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기질은 바로 의지와 끈기입니다. 덕분에 정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준비가 됐던 것 같아요. 정계는 치열한 전장입니다. 매일같이 내 목을 쳐내려는 사람들과 맞서야 하죠. 직접적인 멘토링 같은 건 없었지만, 그런 기질 덕분에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유리천장에 막혔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당선되고 나서 뿌듯한 마음으로 의사당에 처음 나간 날이었는데, 고참 의원이 나를 막아섰습니다. 나한테 ‘새로 당선된 론 킴이 당신이냐’고 묻더니 유튜브에서 봤다며 복도 한가운데서 사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더군요. 사이를 ‘씨’라고, 발음도 제대로 못하면서 말이죠. 아마 사이를 통해 나와 좀 친해지려 한 것이겠죠. 이후로도 내게 ‘우리 동네 세탁소 주인 알아요? 한국인인데’, ‘우리 동네 식료품점 사장 알아요? 한국인인데’라는 식의 질문을 계속 받았습니다. 참기 힘든 상황이었죠. 이건 일상화된 유리 천장, 일종의 인종차별입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죠.”

-그들이 당신에 대해 지역구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의원이 아니라 특이한 한국계 미국인으로만 생각했단 거죠?

“예 맞습니다. 이번 행사처럼 젊은 한국계 미국인 정치인들이 모여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한국에는 특유의 정이라는 정서가 있지 않습니까. 한국계로서, 정계에서 일하며 한국민과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이 정이란 말이 너무 좋습니다. 일전에 이스라엘에 갔던 경험이 있는데, 유대인들 사이에도 정과 비슷한 하이미쉬라는 정서가 있습니다.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유대감을 갖는 것이죠. 새벽 2시에 JFK 공항에 갔는데, 유대인들이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하는 걸 봤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라고 해도 상관 없어요. 여기 오기까지 함께 힘들었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이니까요. 입양된 사람이든, 여기 온지 50년이 넘었든 상관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행동이 전세계 한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다시 와보니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정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날치기범을 잡은 적이 있는데 보도가 많이 됐습니다. 제가 전에 한국계 미국인을 위해 2만개의 고용 창출을 했을 때는 기사 한줄 안났는데 말이죠.(웃음) 한국에서도 보도가 됐는데 댓글이 1200개나 달린 거에요. 컴퓨터와 기술을 이용한 사람들과 연계하는 새로운 현상이 보이는 것 같아요.”

-공화당의 미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에 한국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단 말을 계속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건 당이 문제가 아니라, 그는 그냥 자기 길을 가는 것 같아요. 불행히도 잘 모르는 미국인들이 트럼프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는 것 같습니다. 정치가 리얼리티쇼처럼 변해서 엄청난 돈을 들이고 논쟁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에는 아시아 정치의 복잡성,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성을 잘 아는 후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이 다시 여론조사에서 지지를 얻게 될 거에요.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중국이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이런 복잡한 정세를 잘 읽을 수 있는 똑똑한 국가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트럼프는 아니에요.”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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