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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1세 쇼팽’ 조성진 “신기하게 손이 저절로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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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세계적 권위의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했다. “노벨상 수상에 버금가는 성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로써 한국은 쇼팽·차이콥스키·퀸엘리자베스 등 3대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자를 냈다. 사진은 조씨가 18일(현지시간) 폴란드 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모습. [사진 프레데리크 쇼팽 인스티튜트]

 
 

우승 직후 본지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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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르만

“엄청나게 떨렸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이제는 행복하고 걱정도 된다.”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21)씨의 말이다.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2005년 쇼팽 콩쿠르를 보고 처음으로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조씨와의 일문일답.

-피아니스트에게 꿈의 무대인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기분은 어떤가.

“처음에는 당연히 믿어지지 않았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자정쯤 발표가 났고 새벽 1시에 기자회견을 하고 세시간쯤 잘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게 혹시 꿈은 아닐까 싶어 뺨도 꼬집고 때려봤다. 그런데 지금은 걱정이 된다. 콩쿠르 덕에 앞으로 연주 기회가 아주 많아질텐데 그 때 나에게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콩쿠르 우승을 예감했나.

“이달 초 열린 본선 1~3차 무대에는 엄청나게 떨었다.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내가 어떻게 연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기억이 안 나서 나중에 유튜브를 찾아봤을 정도다. 원래 콩쿠르에서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마인드 콘트롤도 거의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고만 노력했다. 무대에 나가기 전에 초콜릿도 많이 먹고…. 그런데 네번째였던 마지막 결선 무대에서는 신기하게 안 떨리더라. 무대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았다. 연주는 손이 저절로 하고 있었고, 나는 내가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면서 듣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한 건지는 진짜 잘 모르겠다. 가끔 저절로 잘 풀리는 연주가 있긴 했지만 이번 마지막 무대에는 확실히 만족스러웠고 내가 원하는 쇼팽 협주곡이 나왔다.”

-원래 콩쿠르에 출전하면 다른 참가자들 연주도 끝까지 듣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도 안 들었다. 너무 떨렸기 때문이다. 잘 치는 연주를 보면 더 떨릴까봐 걱정이 됐다.”

-쇼팽 콩쿠르를 10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들었다.

“10년 동안 준비했다기 보다, 이 콩쿠르는 내가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던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여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순전히 취미였다. 진지하게 레슨을 받은 게 남들보다 늦은 편이었다. 2005년 한국의 임동민ㆍ동혁 형제가 나와 3위에 오른 쇼팽 콩쿠르 동영상을 보는데 그들을 ‘피아니스트’라 소개하는 걸 듣게 됐다. ‘아 저런 게 피아니스트구나’하고서는 나도 피아니스트가 돼서 나가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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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확정된 직후 청중, 동료 연주자 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프레데리크 쇼팽 인스티튜트]


-불과 10년 만에 꿈이 이뤄진 건가.

“그 10년동안 청소년 콩쿠르, 일본의 하마마쓰 콩쿠르,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까지 나가면서 사실은 콩쿠르가 싫어졌다. 경쟁이 부담스러웠다. 계속 쇼팽 콩쿠르만 꿈꿨다고 할 수는 없지만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던 계기였던 건 맞다. 지금 아주 행복하다.”

-그동안 많은 작곡가의 작품을 소화해 무대에 올려왔다. 쇼팽 전문 연주자라는 인식은 별로 없었다. 이번 콩쿠르를 위해 특별히 어떻게 준비했나.

“사실 이번 대회에서 연주한 많은 곡이 어려서부터 친 것들이다. 폴로네이즈ㆍ연습곡ㆍ녹턴 등이다. 그래서 딱히 집중적으로 준비한 건 아니었다. 짧은 피아노 인생에서 다뤘던 레퍼토리들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가장 준비를 많이하고 부담됐던 건 프렐류드 세 곡이다. 지난해 11월 시작해 연습했다.”

-이번 콩쿠르가 특히 부담이 되진 않았나.

“잘 못 느꼈다. 원래 예민한 편은 아니다. 한 콩쿠르에서 우승한 사람들이 다른 콩쿠르에도 자유롭게 나가는 시대 아닌가. 그런 점에서 마음을 비우고 출전했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 음악을 잘 만들고 오자고 생각했다.”

-파리에서 공부한 경험이 이번 콩쿠르에 좋은 영향을 줬나.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의 파리 미셸 베로프 선생님은 나에게 강요하는 게 거의 없다. 토론식으로 이끌어낸다. 그래서 더 연구를 많이 하며 연주를 준비할 수 있었다. 또 콩쿠르를 앞두고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에게 조언을 들었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피아니스트로서 남은 목표는.

“음악가의 목표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명해지는 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파리에서 유명한 연주자들 공연을 보고 실망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좋은 연주자가 되기로 했다. 음악이 우선인 좋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 끝까지 좋은 음악을 연구하고 싶다.”

-앞으로 연주 일정은.

“30일까지 폴란드에서 다섯 번 연주가 있다. 다음 달에는 런던에 데뷔한다. 이후에 암스텔담에서 로열콘세르트헤보우와 협연, 일본에서 NHK교향악단과 협연을 한다. 한국에는 내년 2월에나 갈 수 있다.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과 함께 갈라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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