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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줄여야 하지만 … 최경환 “서두르면 교각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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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 둘째)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왼쪽)·이기권 고용노동부(오른쪽) 장관이 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청년20만+창조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해 구직자와 파이팅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곳에서 “노동개혁이야말로 이윤이 확실하게 보이는 투자고, 크게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뉴시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던 노동개혁 논의가 재점화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여야 5인 회담에서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재강조할 계획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9·15 대타협 후속 논의를 본격화한다. 20일엔 특위 간사들이 청년고용창출협의체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규제 합리화 방안을 집중 논의키로 합의했다. 다음달 2일엔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연다. 다만 재개되는 노사정 논의가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기업과 재정에 부담만 지우고 정작 노동시장 유연화는 이루지 못해 ‘고용절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시 점화된 노동개혁 논의
노동시장 유연화 않고 시행 땐
직원 720명 기업 인건비 32% 늘어
선거 앞두고 정치논리 휘둘리면
‘고용절벽’만 가속시킨다 지적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지만 급하게 하면 교각살우(矯角殺牛·작은 것을 고치려다 큰 것을 잃음)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광주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9·15 노사정 대타협에선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데 합의했지만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할지, 모든 기업에 일괄 적용할지 정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근로시간 단축은 시급한 사안”이라면서도 “외국도 3~12년에 걸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2017년부터 100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시행하고, 4단계에 걸쳐 적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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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이르면 2017년부터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지금까지 연장근로와 별도로 허용되던 휴일근로 12시간이 연장근로에 합산돼 없어지기 때문이다. 근로자 720명인 제조업체 A사에 이를 적용하면 지금보다 인건비가 32% 늘어날 전망이다. A사 인사노무담당 부서가 자체 추산한 결과다. 우선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100명가량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은 4000만원이다. 연간 40억원이 인건비로 더 들어간다는 얘기다. 여기에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특근수당이 지금보다 23% 늘어나고 휴일근로에 따른 할증수당(50%)도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가 최소한 현재보다 32%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 인사노무담당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는 늘겠지만 기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경영난을 겪게 되고, 그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부메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확대도 재정에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실업급여를 인상하고, 지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5년간 5조6227억원의 돈이 더 든다. 야당이나 노동계가 “실업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으려는 법안”이라고 비판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라는 얘기다. 이 돈은 근로자와 기업 주머니에서 나온다. 결국 고용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정부도 고용보험으로 처리하고 있는 출산·육아휴직 급여를 원래 취지대로 건강보험이나 일반회계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부의 재정압박이 불가피해진다.

9·15 노사정 대타협에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 부담도 늘어난다. 특히 출퇴근길 사고도 산업재해로 인정하면 2021년까지 1조8160억원이 추가로 든다. ▶요양급여로 5년간 5946억원 ▶휴업급여 1조116억원 ▶장해급여 910억원 ▶간병급여 13억원 ▶유족급여 1002억원 ▶상병보상연금 27억원 ▶장의비 137억원 ▶직업재활급여 9억원이다. 매년 출퇴근 재해자 수가 7만420명인 상황을 고려한 추산이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기업과 재정 부담은 늘어난다. 이를 상쇄하자면 노동시장도 지금보다 훨씬 유연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인건비 증가를 우려해 고용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부담 때문에 실업자 보호와 같은 지출을 늘리기 어렵다. 노사정 논의에 속도 조절과 균형 감각이 절실한 이유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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