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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업무 세분화로 송무 실력 키워야 … 해외로펌 와도 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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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 대표는 “대형화가 전문화에 유리하지만 대형화가 곧 전문성은 아니다”며 “오합지졸이 많다고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은 몸집이 아닌 질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법무법인 바른은 명실상부한 ‘전관(前官) 로펌’이다. 파트너 변호사 92명 중 66명이 판사·검사 출신이다. 법조계 안팎의 ‘전관예우’ 비판에 대해 정인진(62) 총괄대표 변호사는 “우리 로펌에 전관은 있지만 예우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예우를 무기로 법률서비스를 하는 전관은 없다”고 단언했다.

 정 대표는 물론 서울고법 원장을 지낸 김동건 명예대표도 구속적부심부터 재판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챙긴다. 공군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했던 정 대표는 “공군 장성들도 실전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전투기를 탄다”며 “변호사도 법정을 등지면 감(感)을 잃어 의뢰인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률시장 개방,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 저가수임 경쟁 등 법률시장의 위기에 맞서는 바른의 무기는 역시 ‘송무(재판 업무) 경쟁력’이다. 정 대표는 “로펌의 기본은 분야별 전문 지식과 경험, 소송 기술이 집약된 송무”라며 “송무 영역의 세분화, 재조 출신의 추가 영입, 내부 학습을 통한 전문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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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들을 대리해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기존 의뢰인의 이익과 상충될 게 없는데도 변호사가 경제적 이익을 따져 의뢰인을 고르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 현대차 법무실장 출신인 하종선 변호사 주도로 자동차 급발진 문제 등을 연구해 오던 차에 의뢰인들이 찾아와 능동적으로 대처했던 것이다.”

 - 이명박(MB) 정부 시절 정부 측 대리를 많이 했다.

 “2012년 총괄대표가 된 뒤에 가장 먼저 극복하고 싶었던 게 ‘MB 로펌’이란 이미지다. 부당한 평가다. 민노당 당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해임됐던 검사의 해임무효확인소송도 우리가 했다. 선거소송에서 야당 인사들을 대리해 승소한 것도 많았다.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의뢰인을 가리는 것 역시 바른이 추구하는 길은 아니다.”

 - 덤핑 수임 등 수임질서 악화가 주요 위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문뿐만 아니라 소송 수임에도 입찰이 일반화되면서 출혈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덤핑이 이뤄진다는 것은 기업 송무시장에서 독과점이 깨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동안 로펌들이 너무 고액의 수임료나 자문료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될 거라고 믿는다.”

 - 시장의 힘이라면.

 “기업들도 수임료나 자문료를 지나치게 낮춰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사건을 로펌에 맡길 때 질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해 선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내 변호사들의 역량과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

 - 신성장동력으로 보는 분야는.

 “최근 입법지원팀·방위산업팀 등을 발족해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송무 분야에서 전문성과 서비스 마인드를 기르는 게 우선 이다. 차별적 송무 경쟁력을 토대로 자문 분야를 키워나갈 생각이다.”

 - 전관과 서비스 마인드는 조금 어색하 다.

 “‘의뢰인은 언제나 옳다. 의뢰인은 왕이고 은인이다’는 마인드 세팅을 구성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는 의뢰인의 불만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내부 기구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미국 대형 병원들엔 환자 측의 불만을 접수해 병원 측과 싸우는 내부 조직들이 있다.”

 - 자문 분야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질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박인호 변호사는 15년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리·자문을 맡고 있다. 공기업의 경우 정부가 바뀌면 사장과 자문 변호사가 바뀌는 풍토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헌신성과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토대로 고객과 상호 충성도 높은 관계를 이어가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 전관 비중이 높은데 인적 자원의 다양성에 문제는 없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이브리드화가 필수적이다. 바른은 필기시험으로 신입 변호사를 선발한다. ‘바른 고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 결과 지방대 로스쿨과 서울의 소규모 로스쿨 출신들이 고르게 들어왔다. 사내 변호사 출신 파트너들도 영입하고 있다. 우리끼리 우스개로 ‘사내 전관’이라고 하는데 서로 배울 점이 많다. 바른 출신이 경력 판사·검사로 임용되거나 사내 변호사로 가는 걸 권장하고 돌아오는 것도 환영한다. 법조 직역 간 유동성이 커져야 법률시장의 상생 발전이 가능하다.”

 불교 신자인 정 대표의 명함에는 ‘무상무주(無相無住)’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정 대표는 “금강경에 나오는 말씀으로, 탐진치(貪嗔痴, 욕심·노여움·어리석음)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지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존경하는 인물로는 고(故) 정귀호 전 대법관(2011년 작고)을 꼽았다. 정 대표는 “법복을 입었을 때나 벗었을 때나 한결같았던 분”이라고 했다.

글=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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