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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누운 정신지체 소년 구하다 50대 경위 열차 치여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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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기태 경위. 동료들은 그가 “너그러운 품성을 지닌 경찰이었다”고 전했다. [사진 경주경찰서]

‘경찰의 날’이자 경찰 창설 70주년 기념일인 21일 한 경찰관이 세상을 떠났다. 철길에 누운 지적장애 청소년을 구하려다가였다.

여관서 소란 피운 자폐증 10대
“집에 돌아가자” 순찰차에 태워
“소변 급하다” 차 세우자 철길로
함께 구하던 경사는 발가락 절단

 21일 낮 12시쯤 울산시 북구 신천동 건널목에서 경북 경주시 내동파출소 소속 이기태(57) 경위와 김모(16)군이 부산에서 경주 방향으로 달리던 화물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같은 내동파출소 김태훈(45) 경사는 오른 다리가 골절되고 엄지발가락이 절단됐다.

 이 경위 등은 이날 오전 10시 경주시 구정동의 여관으로부터 “누군가 객실에서 물을 뿌리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소란을 피운 사람은 정신지체 장애 2급인 김군이었다. 김군은 자폐성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이런 장애는 때때로 자기 학대를 하는 등 감정 표현을 과격하게 하는 성향을 보인다.

 김군의 부모와 통화한 이 경위는 김군을 기차에 태워 집 근처인 울산시 북구 호계역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불국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김군은 갖고 있던 물병을 들어 다시 한번 난동을 부렸다.

 기차에 태워 보낼 수 없겠다고 판단한 이 경위는 김군을 순찰차에 태워 울산으로 이동했다. 신천 건널목 근처에 다다를 무렵 김군은 “소변이 마렵다”고 했다. 차를 세우고 내려주자 김군이 갑자기 철길로 뛰어가 “집에 가기 싫다. 죽겠다”며 드러누웠다. 이 경위와 김 경사는 그런 김군을 끌어내려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철길이 굽은 구간이라 기관사가 사람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숨진 이 경위는 1982년 경북 영덕군의 파출소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정년을 3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그는 특히 수사를 잘해 33년 동안 경찰관으로 일하며 내무부 장관 표창, 경찰청장 표창 등 각종 상을 15차례 받았다.

 이 경위가 내동파출소에 오기 직전 경주시 용강파출소에서 함께 일했던 김칠성 파출소장은 그를 “너그러운 성품을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 소장은 이 경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번은 ‘남편이 때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정신장애 여성이 거짓 신고를 한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주의를 주고 돌아오겠지만 이 경위는 그 여성, 그리고 배우자와 한참 동안 상담해 여성이 장애를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데려다줬다. 기초수급자가 많은 동네였는데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사회복지단체를 꼭 연결시켜 주곤 했다.”

 이 경위는 자기 관리에도 철저했다고 한다. 평소 마라톤으로 체력을 키웠으며, 경찰 체력 검정 때 젊은 후배들을 제치고 1등을 하기도 했다. 한 동료 경찰관은 “나이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후배들과 잘 어울려 후배들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이 경위의 장례는 오는 23일 경주경찰서에서 경찰서장 장(葬)으로 진행된다. 유족으로 공무원인 부인(55)과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다.

울산=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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