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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목요일] 컴퓨터는 멍청해, 시시콜콜 지시해야 돼, 그게 코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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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금양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장은정 교사와 함께 소프트웨어 공부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20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금양초등학교 3층 정보화실. 장은정 교사가 “오늘은 자기가 원하는 작품을 자유롭게 프로그래밍 해 보자”고 하자 4학년 학생 20명이 “네” 하고 소리쳤다. 금양초는 올해 소프트웨어(SW) 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비교과 수업)에 SW 교육을 하고 있다. 조성민(10)군은 “공을 받아 쳐 골대에 넣으면 점수를 따는 라켓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군은 모니터 속 명령어 칸에서 레고블록 형태의 각가지 명령어를 마우스로 끌어와 오른편 ‘작업영역’에 쌓기 시작했다. 비어 있던 작업영역에는 ‘새공 준비→왼쪽 방향키 누르면 왼쪽으로→오른쪽 방향키 누르면 오른쪽으로→라켓에 공이 부딪치면→때리는 소리 출력→공 넘기기…’ 등 명령어 블록이 수북이 쌓였다. 모니터를 훑어보던 조군이 ‘실행’ 버튼을 누르자 라켓 게임이 시작됐다. 장 교사는 “아무 생각 없이 명령어를 끌어와 쌓은 것 같지만 머릿속에선 이미 게임 절차가 계산됐다”고 귀띔했다.

소프트웨어랑 놀기


 SW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SW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중학생이 배우는 선택과목 ‘정보’가 34시간 이상 배워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바뀌고 2019년부터 초등학교 SW 교육이 12시간에서 17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SW 교육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막연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 정도로 추측하는 부모가 많다. 이런 점을 이용해 일부 학원에서는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며 벌써 홍보에 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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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궁금하다, SW 코딩 교육이 뭔지』의 저자 박은정 정보시스템감리사는 “SW 교육이란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컴퓨팅 사고력이란 딱딱하게 풀이하자면 ‘컴퓨팅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컴퓨터가 ‘멍청한 기기’임을 전제해야 한다. 박 정보시스템감리사는 “컴퓨터는 너무 고차원적으로 지시하면 못 알아들으니 그 녀석이 알아듣는 말로 명령해야 한다. 지시할 일을 단계별로 세분화해 나누고 순서대로 명령해야 한다. 그것을 차례로 배치하는 게 알고리즘이고 알고리즘을 컴퓨터 언어로 변환해 주입하는 게 코딩”이라고 설명했다. 즉 물컵 하나 집는 간단한 일도 컴퓨터에 ‘오른팔을 오른쪽으로 20㎝ 옮긴다→오른팔을 10㎝ 내민다→오른팔을 움켜쥔다→실패 시 재반복’ 등의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며, 이 과정을 배우는 게 SW 교육이라는 이야기다. 고학년의 경우 본인이 설계해 코딩한 명령 프로그램을 로봇에 입력해 로봇을 구동시키거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도 한다. 학년에 따라 각각 기초 개념 이해, 주어진 문제 해결, 다양한 분야에 적용 등 학습 목표와 코딩 프로그램이 달라지지만 기본 원리는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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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교육은 집에서도 미리 해 볼 수 있다. ‘Code.org’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2012년 9월 미국 비영리단체가 만든 SW 교육 홈페이지로, 일부 SW 연구학교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연령별 수준에 맞춰 주어지는 과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SW를 배울 수 있다. 국내 사이트로는 ‘소프트웨어야 놀자’나 ‘엔트리’가 있다. 장은정 교사는 “주어진 과제를 게임하듯이 해결하며 자연스럽게 SW 원리를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이 집에 가서도 스스로 학습한다”고 말했다.

 아이와 간단한 오프라인 놀이를 통해 컴퓨터 언어의 원리를 알려 줄 수도 있다. ‘언플러그드(unplugged)’ 기법이다. 대표적인 게 ‘모눈종이 색칠하기’다. 좌우 3칸씩 총 9칸이 그려진 모눈종이의 일부를 흑색으로 칠한다. 그리고 그 모눈종이를 보지 못한 아이에게 ‘→(우로), ←(좌로), ↓(아래로), ↑(위로), ○(색칠)’ 등 기호를 조합해 만든 명령표를 건네 색칠된 모눈종이와 똑같이 빈 모눈종이를 칠하게 한다. 이는 실제 픽셀 단위로 그림을 그릴 때 컴퓨터가 수행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교사들은 SW 교육이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오성훈 삼산초 교사는 “프로그래머로 키우지도 않을 건데 왜 배우느냐고 하는 학부모도 많다. 우리가 수학자가 되기 위해 수학을 배우느냐. 모든 상황을 절차적·논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논리적 사고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컴퓨터교육과를 전공한 강성현 임진초 교사는 “앞으로 펼쳐질 SW 시대를 몸으로 체험해 보는 효과가 크다. SW 기술에 아이디어가 융합돼야만 구체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결국 창의성을 높이게 된다”고 했다. 박환수 한국SW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앞으로는 기술자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아니다. 모든 산업영역에서 자기가 상상하거나 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소프트웨어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성현 전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영국·인도·중국·일본 등은 이미 SW 교육을 국가 교육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중·고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정했다. 초·중·고 간 SW 교육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우리도 고교에서 SW 교육을 필수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대학에 SW 특기자전형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국회과학기술혁신포럼은 22일 이 같은 SW 교육의 발전 방향 등을 포함해 ‘디지털 혁명 시대에 대응한 교육개혁 전략과 방안’ 세미나를 연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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