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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음악에 매혹돼 한글까지 배우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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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스트리아 빈의 한인문화회관서 열린 ‘성균 한글백일장’에서 외국 학생들이 글짓기를 하고 있다.


“어떤 백일장 주제가 나올지 벌써 궁금해요.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흐리스티나 두셰페에바, 불가리아 소피아대학 3학년 여학생)

‘성균 한글백일장’ 참가 유럽 학생들
‘유산’ 주제 우리말 작문 실력 겨뤄
행사장에선 서로 한국어로 인사
금상 수상자 “한국어 교수가 꿈”


 20일 오전 9시(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한인문화회관 강당. 창 너머로 아리스 호수가 잔잔하게 펼쳐진 이곳에 유럽 지역 15개국 대학생 35명(남자 4명, 여자 31명)이 모였다. 성균관대학교가 주최한 ‘제2회 중·동유럽 성균 한글백일장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이들의 공용어는 한국어였다. 처음 만난 학생들끼리도 한국어로 인사를 나누며 대화했다. 주로 한국학을 전공하거나 한국에 관심을 갖고 말하기와 글짓기를 공부해왔기 때문이다.

 두루마리가 펼쳐지며 백일장의 주제가 공개됐다. ‘유산(遺産)’이었다. 이번 행사의 위원장을 맡은 성균관대 성재호 교수(법학)의 설명이 이어졌다. “후손에게 물려주는 다양한 자산부터 오스트리아의 쇤부른 궁전 같은 인류문화유산까지.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 됩니다.”

 연필과 지우개, 500자 원고지 5장을 받아든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글을 써내려 갔다. 조용한 시험장은 원고지와 살을 맞댄 연필의 쓱싹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헨나 뿌말라(여·핀란드 헬싱키대학 4학년)는 개요부터 꼼꼼하게 작성해놓고 원고지에 한글을 적어 내렸다. 딜란 바샥(여·터키 앙카라대학 4학년)은 앞서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지우개로 지우고 집중해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몇 분 남았나요?” 시험 종료 시각이 가까워지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묻기도 했다.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슬로바키아에서 날아온 엘리쉬카 바쉬코바(여·코메니우스대학 4학년)는 “쉽진 않았지만 유산과 관련된 어휘를 최대한 많이 글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미하이 레비(남·루마니아 바베쉬-보여이대학 3학년)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연주를 보고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내년엔 꼭 한국을 방문해 케이팝, 한국음식 등 본토에서 한류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금·은·동상은 모두 여학생이 휩쓸었다. 금상(대상)을 탄 알데미르 제이넵(터키 앙카라대학 4학년)은 ‘가장 의미 있는 유산’이란 글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가치가 있는 물질보단 행동, 습관, 예의 같은 것들이 훨씬 더 유산으로서 의미가 있다. 유산은 물건처럼 언젠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원한 가치를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공평함이 남아있는 사회에서 누군가 공평함을 지키려 노력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유산이 될 수 있다’(알데미르의 글 일부)

 알데미르는 중학교 시절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드라마에 푹 빠진 뒤 앙카라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워왔다. 현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 은상은 안나 그례벤키나(모스크바 국립외국어대학 4학년), 동상은 니콜라 호프(오스트리아 빈 대학 4학년)가 수상했다. 행사 뒤 한국고전번역원은 참가 학생들에게 문학특강과 민속놀이 등 전통문화 교육을 했다. 성균관대 이석규 국제처장은 “한국 문화와 한글에 외국학생들의 관심과 열의가 높다”며 “해외 지역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스트리아 빈=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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