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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이런 기업,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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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엊그제 중앙일보를 보다가 감탄한 기업이 있다. 미국의 온라인 종합쇼핑몰 넥스트점프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오너경영자는 ‘무(無)해고’ 원칙을 갖고 있다. ‘사람이 비즈니스의 근원’이라는 경영철학에서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성적 나쁜 직원은 잘랐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변했단다. 그의 말은 이렇다. “내가 해고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아버지다. 가정에선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아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데 회사가 어려우면 맨 먼저 하는 일이 해고다.” 그런 후 반문한다. “이게 옳은 일인가?”

 미국식 경영 전통은 ‘무(無)자비’다. 직원은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니다. 능력과 성과로 평가해야 할 대상이다. 뒤처지거나 부진하면 해고다. 미국 기업에서 무해고나 종신고용은 예외다. 하지만 넥스트점프는 예외의 길을 택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 사스(SAS 인스티튜트)도 예외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한때 무해고를 표방했다.

 이보다 더 감동을 주는 미국 기업인은 일론 머스크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모터스의 최고경영자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비행기보다 빠른 초고속열차, 우주여행 대중화 시대를 개척하는 로켓, 인류를 이주시킬 화성 자립도시 등으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다. 한때 사기꾼, 허풍쟁이, 공상가로 비난받았던 이유다. 그런데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겠다는 비전 때문이다. 지금은? ‘미래의 설계자’로 칭송받는다.

 이들 기업이 감탄과 감동을 주는 이유는 공동체도 같이 생각하는, 남과 다른 철학과 비전 때문이다. 오해 말기 바란다. 기업이 공익에 헌신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기업에 애국심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무해고와 과감한 도전이 도산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기업이 감동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는 점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남을 구한 사람이 칭송받는 것처럼. 그리고 이런 기업이 나와야 기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거다.

 미국까지 갈 것도 없다. 과거 우리가 그랬다.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경영은 우리 것이었다. 오너들은 자신은 가장이고 임직원은 자녀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룹명 뒤에 ‘가족’이란 말도 붙였다. 무해고와 종신고용은 그 산물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크게 달라졌다. ‘글로벌’이 들어오면서 해고는 다반사가 됐다.

 또 이병철과 정주영 창업자는 무모한 도전의 대명사였다. 반도체와 조선이 그랬다. 머스크처럼 “미쳤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실패하면 쪽박을 차더라도 “나라의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산업”이라는 비전으로 밀어붙였다. 요즘은? 과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기업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들리는 건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분쟁과 잡음 정도다. “34층 아버지 집무실을 확보하라”는 코미디는 단적인 사례다. 공익을 해치면서까지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인들도 많다. 오너의 최대 관심사가 도전이 아니라 승계라는 얘기도 흔하다. 감탄과 감동을 주는 한국 기업을 찾기 힘든 이유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커지면 보수화된다. 잘못하면 망한다는 건 외환위기 때 이미 겪었다. 문제는 그사이 기업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기업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하다고 한다. 뼛속까지 보수인 사람들조차 “큰일 났다”고 한다.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 대기업 사장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런 반감의 정점에는 대기업 오너가 있다. 심지어 일부 보수진영 학자마저 “재벌은 혁신의 주체가 아니며, 재벌시스템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이걸 잠재우는 건 기업가정신뿐이다. 과거처럼 창조적 혁신을 해야 한다. 이들이 없으면 나라 경제가 망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수십 년 전에 한 말이다. “경영자가 사익 추구와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자제해야 한다”고. 승계를 둘러싼 분쟁과 편법은 이에 해당한다.

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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