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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공 많은 금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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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지난 5일 국정감사장에서 한 여당 의원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업·가계를 지원하는 것과 금융산업을 활성화하는 것 중 무엇이 우선인지 초점을 분명히 하라는 요구였다. 금융당국 대신 기재부가 금융개혁의 전면에 나서라는 주문도 나왔다.

 이후 실제로 최 부총리가 총대를 멨다.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 “억대 연봉 받고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며 은행의 경직적인 영업관행과 임금체계를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금융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직접 나섰다. 단장을 맡은 김광림 의원은 21일 첫 회의를 열고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편리한 금융기관, 내 돈을 맡길 수 있는 신뢰가 가는 금융기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기본 목표”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불만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뭘 개혁하는 건지 국민 입장에서 손에 잡히는 게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할 말은 있다. 그간 금융개혁은 규제 개선과 자율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를 통해 경쟁이 활성화하면 소비자도 이익을 보고, 금융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근본 처방이지만 인내가 필요한 접근법이다. 당국은 관치의 유혹을 끊고, 금융회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경쟁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가격 개입에서 손을 떼면 소비자도 당장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당국 내에서도 나왔다. “절대로, 절대로 규제 개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절절포’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상징적인 조치도 이어졌다. ‘기술금융’ 실적으로 은행의 순위를 매겨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던 정책을 접은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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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런데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자 금융당국의 입장도 흔들리는 조짐이다. 임 위원장은 20일 “금융회사의 ‘갑(甲)질’을 집중 검사·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원칙적 발언이라지만 ‘갑질’ ‘정밀타격’ 등은 근래 보기 힘든 표현 수위였다. 한편에선 금융개혁의 틀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체감형 개혁’이란 결국 은행을 때려 대출을 늘리고, 금리·수수료를 낮추는 일 아니겠느냐”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물 건너가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노를 저을 ‘사공’이 늘어 금융개혁 속도가 올라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러려면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저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방향을 틀다 자칫 배가 산으로 간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개혁이 되지 않을까.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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