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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논란’ 릴레이 취재일기③·끝] ‘이념의 중산층’에 기대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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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이나 반대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기자가 이렇게 말문을 떼면 대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지난 12일 교과서 논란이 뜨겁게 시작되던 때였다. 이날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해 발표했다. 기자가 의견을 물은 대상은 역사학자들이었다. 총 10여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질문의 내용은 좀 뜻밖이었을 수도 있다. 역사 교과서의 수준을 높이고 역사 교육의 근본적 의미를 되살리자는 게 골자였다(본지 10월 13~15일의 ‘역사 교과서, 이참에 제대로’ 기획 참조). 기자의 질문은 이렇게 끝났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역사학자들과의 문답은 ‘기-승-전-결’ 아닌 ‘기-승-전-찬·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역사학자는 “대한민국 역사학자들이 공산주의 사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걸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정화가 최선”이라는 결론을 강조했다. 또 다른 학자는 국정원·세월호 사건을 거론하며 “갈 길 바쁜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고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수십 년 동안 역사를 연구한 학자들에게 얻은 대답치고는 실망스러웠다. 접점을 찾지 못하는 양 갈래 주장은 뜨거웠고 힘에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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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물론 혜안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역사 해석의 쟁점들을 대대적인 토론을 통해 정리하고 가면 좋겠다”든지 “기성세대가 싸우지만 말고 학생들에게 왜 역사를 배우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런 조언을 한 학자들은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지금같이 찢어져 싸우는 상황에서 이런 제안이 현실성이 있겠느냐” “오늘 당장 국정화가 발표돼 시끄러운데 이런 게 기사화가 가능하겠느냐.” 강력한 찬반론자에 비해 회의적이고 소극적이었다. 그래도 이런 의견은 중요해 보였다. ‘역사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자’ ‘극단적 편향은 자제해야’ ‘역사 교육의 열쇠는 중·고교 교실에 있다’ 등의 제안은 조용하지만 의미 있었다. 다만 이런 노력이 오히려 ‘특이한 제안’으로 보이는 게 희한할 따름이다.

 역사학자들과 대화하며 ‘편들지 않기’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당연한 얘기를 하기가 어려운 시기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본질적 의문을 제기하는 ‘이념의 중산층’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할 말은 많지만 한쪽 편을 들게 될까 두렵다”며 입을 닫거나, 올바른 지적을 하고도 익명 처리를 요구했던 학자들에게 오히려 기대를 하게 된다. 이들의 목소리가 두 진영 간 진흙탕 싸움을 헤치고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면 이번 교과서 논쟁이 소모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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