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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불완전한 자신을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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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고등학교 시절의 여름용 교복은 난감했다. 퍼프 소매의 연핑크 블라우스에 몸에 딱 달라붙는 은색 타이트 스커트.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주변의 남고 학생들에겐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입는 사람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허벅지 발육이 남달랐던 나 같은 학생들은 버스에 오르다 치마를 찢어먹기 수차례, 교복을 예쁘게 입기 위해 여름 내내 다이어트에 매달렸다. 고3이 되어서야 포기를 선언하고 등교 즉시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생활을 시작. 예쁜 게 다 뭐냐, 일단 숨을 쉬자.

 최근 논란이 됐던 ‘쉐딩 스커트’ ‘코르셋 재킷’ 교복 광고 포스터를 보며 호흡곤란을 불러왔던 그 교복을 떠올렸다. 허리를 힘겹게 꺾은 교복 차림의 걸그룹 멤버들 사진 옆으로 “스커트로 깎아라” “재킷으로 조여라”라고 적힌 이 포스터를 본 한 선생님이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들에게 건강을 해치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였다. 광고를 낸 교복업체와 모델의 소속사인 JYP 엔터테인먼트는 “우려에 공감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뭘 또 그렇게까지”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소녀들의 열망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복을 입더라도 남들보다 예쁘게 소화하고 싶은 10대의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치마를 줄이라고, 재킷을 코르셋처럼 조이라고 부추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안 그래도 각종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완벽한 몸매의 이상형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밥을 굶고, 거울을 보며 우울해하는 아이들이다. 찢어진 교복 치마를 꿰매며 허벅지 살을 저주하던 10대의 나 역시 그랬듯. 그때 누군가 “블라우스는 치마에 넣어 입어야 예뻐” 대신 “편하게 입어도 괜찮아. 지금 네 모습도 충분히 사랑스러워”라고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 저는 메이크업 안 한 사진을 올립니다. 제 피부에 주름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그 이상의 것을 보기 바랍니다.” 할리우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장을 지운 사진을 올리며 적은 문구다. 그는 결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맨 얼굴을 공개하며 미국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했다. 그의 사진에 자극받은 연예인들이 ‘불완전함을 사랑하자’는 글과 함께 자신의 민낯 사진을 연이어 SNS에 올리고 있다.

 호주의 타린 브럼핏이라는 여성이 시작한 ‘보디 이미지 무브먼트(Body Image Movement)’ 역시 이 같은 움직임 중 하나다. 완벽하지 않은 몸이 부끄러워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도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 스스로의 몸을 사랑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광고 등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는 것, 어른도 쉽지 않다. 그러니 소녀들에겐 더욱더 “숨막히게 조여라” 대신 “불완전한 나를 사랑하라”는 부추김이 필요하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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