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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좀비기업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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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최근 ‘좀비기업’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자주 들립니다. 공포영화 속 좀비란 말이 붙었으니 좋은 뜻은 아닐 듯한데, 왜 좀비기업이란 얘기가 요즘 많이 나오는지 알고 싶어요.

3년 연속 이자도 못 갚는 기업 … 작년 3295개나 되죠


A 먼저 좀비는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영어단어입니다. 외국 공포영화에서 많이 보셨죠.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주술사의 주술 등으로 되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하는 시체 말입니다. 동양으로 치면 ‘강시’쯤 되겠네요. 경제 분야에서 쓰이는 ‘좀비기업(Zombie Company)’이란 말의 뜻은 좀비처럼 자체 능력으론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지만 정부나 은행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기업을 말합니다. 정식 명칭은 ‘한계기업’ 입니다.


정부, 800개 정도는 퇴출 대상으로

 그럼 좀비기업과 일반기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실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란 잣대를 활용해 좀비기업인지 여부를 가립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한 해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따지는 공식입니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입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빌린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1 미만이면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봅니다. 그래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좀비기업이라고 부릅니다. 3년 연속 기업활동을 했는데도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라면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고 되레 손해까지 보고 있다면(영업손실을 입었다면)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그럼 우리나라에 있는 좀비기업 수는 얼마나 될까요.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늘었습니다.

 좀비기업은 대기업 중에도 있습니다. ‘대기업은 항상 잘 나갈 것’이란 생각과는 많이 다른 현실이지요.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10% 가량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었던 기업은 모두 49개사였다고 합니다. 1년이라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을 기록한 기업은 2013년 75개사에서 지난해 85개사로 10곳이나 늘어났고요.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인 49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곳(51%)은 30대 그룹의 계열사였습니다. 이 중엔 현대중공업 계열이 3곳으로 가장 많고, SK·LG·한화·한진·동부그룹 계열사가 각 2곳 씩이었습니다. 삼성·GS·CJ·LS·대림·현대·OCI·금호아시아나·KCC·동국제강 등도 각 1개 계열사가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계열사를 합쳐 총 800개 정도의 좀비기업을 퇴출 대상으로 보고 있답니다.

금융권 부실 초래 … 정상기업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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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좀비기업들은 우리 경제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요? 우선 멀쩡한 기업들도 같이 허약해지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은행에 모아둔 돈이 좀비기업에 계속 흘러 들어가다 보니 정작 돈이 필요한 일반 기업들이 투자를 하거나 직원을 고용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금융권 부실도 초래합니다. 부실한 기업에 돈을 자꾸 빌려주다 보면 은행은 이 돈을 계속 떼일 수 밖에 없겠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른바 부실채권이 양산돼 은행도 같이 멍이 듭니다. 물론 좀비기업들이 지고 있는 빚은 기업과 금융권을 넘어 결국 우리 경제 전체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히게 됩니다.

 가까운 일본도 지난 1990년 대에 좀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장기 침체를 겪어야 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와 은행권은 ‘경제 충격을 막는다’는 목표로 부실기업에 다양한 금융지원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은행에 짐으로 돌아왔습니다. 은행이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거든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망가지다보니 우량기업에 자금을 제대로 빌려주지 못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도 계속됐고요. 실제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2002년 8월 당시 일본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8.4%까지 치솟았습니다.

 좀비기업이 계속 늘어만 가는 우리나라 현실 역시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과 비슷하다는 게 정부와 금융권의 걱정이지요. 아닌게 아니라 좀비기업을 지원하느라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기업 지원 기관인 신용보증기금에서 10년 이상 장기 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은 올 8월 말 기준 3741개입니다. 이들 기업이 받은 전체 보증금액만 2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20년 이상 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이 600개, 30년 이상 된 기업도 6개나 된다네요. 장기보증을 받는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장기 수혈에 의존해 연명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금이 오래도록 한 기업에 묶여있으니 새로운 기업에 돌아갈 돈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겠지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권도 좀비기업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습니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등은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좀비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답니다. 최 부총리는 “지금까지 채권단에 구조조정을 맡겨왔는데, 그러다보니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기관이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금융권도 좀비기업 수술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좀비기업을 이대로 둘 경우 금융권 부실을 넘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입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산소 호흡기를 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상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최근 기업은행과 신한·우리·NH농협·KB국민·KEB하나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 건전성 확보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부실한 기업을 지원했다가 떼일 가능성이 높은 자금에 대한 충격을 충분히 대비하란 얘기지요.

“이자보상배율로만 판정 안 돼” 반론도

 하지만 좀비기업들도 할 말은 있답니다. 우선 이자보상배율이라는 기준 한 가지 만으로 해당 기업을 좀비기업으로 몰고 가는 데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이자보상배율은 그 회사가 얼마나 많은 빚(부채)을 지고 있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업종 성격에 따라 기본적으로 빚이 많은 산업이 있거든요. 일 예로 비싼 항공기나 선박을 사거나 빌려서 운영하는 항공사나 해운사는 다른 업종보다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아진 회사도 있습니다. 투자 때 마다 성공할 순 없으니, 잘 해보자고 투자를 했다가 어려워진 기업이 좀비기업으로 몰린다면 억울할 수 밖에 없지요.

 또 업종별로 각각의 경기를 타기도 합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이나 철강, 건설업 등의 분야에서 좀비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중엔 경기순환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다수입니다. 이들 기업까지 좀비기업으로 몰아서 봐야 할까요. 이들 역시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업종의 기업들이거든요.

옥석 가려 구조조정 이뤄져야

 좀비기업을 정리하더라도 거기에 재직 중인 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좀비기업 정리=대규모 실업사태’란 걱정을 하는 이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좀비기업에 적절한 금융지원이 되레 경제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좀비기업에 적절한 금융지원을 해준 결과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나타나 정상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한국금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좀비기업의 긍정적 외부효과 가능성을 생각하면 좀비기업 모두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다”라며 “그 가운데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좀비기업이라고 무작정 정리할 게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지원을 계속해 살려놓아야 하는 기업도 있다는 얘기지요. 좀비기업 문제, 참 어렵지요.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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