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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집 아들, 웹툰시장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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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엔터테인먼트 권정혁 창업자가 회사의 마스코트인 강아지 인형 ‘돈독이’를 소개하고 있다. 직원끼리 ‘돈독’하게 지내면서 ‘돈독’이 오를 만큼 벌어보자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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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만화책 천지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차린 만화방. 소년은 여자들이 본다는 순정만화까지 모든 종류의 만화를 섭렵했다. 그는 한글맞춤법과 삶의 노하우를 만화책에서 배웠다고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동네 형들에게 만화를 추천해주던 꼬마는 한국 웹툰 시장을 이끄는 ‘거인’으로 우뚝 섰다. 모바일 웹툰 서비스 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의 권정혁(43) 공동 창업자 얘기다. 권 창업자는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디지털 기반의 웹툰 서비스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의 웹툰을 들고 전 세계에 진출해 또 다른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공동 창업자

 2013년 6월 출범한 레진은 스마트폰·PC 등으로 웹툰을 보는 서비스다. 다들 ‘디지털 콘텐트 장사로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지만, 지난해 매출 103억원을 올리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 흔한 광고 하나 안 붙이고, 오롯이 유료 만화 서비스로 이룬 성과다. 현재 1250여 편의 만화를 연재하고 있으며 네이버·다음과 함께 3대 웹툰 서비스 회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레진은 권 창업자가 최고기술경영자(CTO), 한희성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며 함께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2013년 초 일면식도 없던 한 CEO가 만나자고 쪽지를 보낸 게 시작이었다. 당시 한 CEO는 톡톡 튀는 콘텐트로 필명을 날리던 파워 블로거였고, 그는 두 번이나 창업하고 삼성전자 등을 거친 실력파 개발자였다. 한 CEO가 낸 사업 아이디어에 ‘이건 되겠다’ 싶어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 권 창업자는 “무료 웹툰이 널려 있는데 누가 돈을 내고 만화를 보겠느냐며 와이프가 두 손 들고 말리더라”며 “하지만 ‘덕후’(특정 분야에 대한 매니어)층이 두꺼운 만화라면 유료라도 통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레진은 포털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내보냈다. 스토리·작품성을 갖춘 웹툰을 엄선했고, 어른들만 볼 수 있는 ‘19금’ 웹툰도 곁들였다. 바로 반응이 왔다. 안드로이드 앱이 나온 지 이틀 만에 만화부문 1위에 올랐고,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후 만화 덕후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탄탄대로를 걷는다.

 그가 꼽는 성공비결은 작가들이 좋은 만화를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는 점이다. 레진은 인기 작가에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다. 유료결제 수익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기 때문에 1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작가가 제법 된다. 팬층이 얇은 신인 작가에게는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고정 고료를 준다. 지난해 레진의 매출 중 약 60%가 작가들에게 돌아갔다. 그는 “만화 그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대우를 해줘야 명작이 나오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결제방식도 지갑을 열게 한 비결이다. 레진은 ‘시간을 파는’ 유료화 모델을 채택했다. 시간이 지난 웹툰은 무료, 최근 나온 웹툰은 유료다. 며칠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빨리 보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한다. 한 번 돈을 내면 해당 작품은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온라인 소유권을 산 셈이다. 직원들에게도 신경을 썼다. 오래 앉아 일하는 직원들의 의자는 240만원 상당의 명품이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고, 식사는 무료에, 법정 휴가 외에 ‘날 찾지마 휴가’까지 있다. 대신 ‘매일 1시간 이상 만화보기’가 의무다.

레진은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폭력·음란물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방통위는 이를 철회했다. 그는 “사실 방통위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그 일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다양한 독자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레진은 디지털 콘텐트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이트에서 웹소설을 제공하기 시작한 데 이어, 몇몇 대기업과 손잡고 주요 작품의 영화·드라마화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마블’처럼 만화는 물론 영화·게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플랫폼에 최적화한 콘텐트를 생산해내는 것이 목표다.

글=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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