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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천재 우리 아들도 토론 때문에 힘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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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천재 ‘수홍이 엄마’로 유명한 허종숙씨는 “사교육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홍이를 키울 때도 어떻게 하면 스스로 탐구하는 습관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혼자서 침묵하며 하는 공부보다 친구와 떠들며 하는 공부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허종숙(54)씨는 ‘수홍이 엄마’로 유명하다. 만 14세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수상하고 15세에 서울대에 최연소 입학 기록을 세운 수학 천재 이수홍(22)씨를 키웠다. 수홍씨는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토론교육 회사 세운 허종숙씨
일대일로 입장 바꿔 합의 도출
이스라엘 ‘하브루타’ 국내 도입
자기 생각 맘껏 말 못하는 한국
학교·기업·군대서 꼭 필요한 교육


 수홍씨가 대학 3학년에 진학할 때까지 전업주부였던 허씨가 최근 교육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것도 수학·과학 교육이 아닌 토론 교육이다. 지난달 이스라엘식 토론법인 ‘하브루타(havruta)’를 가르치는 회사 IGE(The Institute for Global Excellence)를 세운 허씨는 “2010년 사회생활을 시작해 출판·교육 콘텐트를 개발하다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공부법이 이것’이라는 생각에 회사를 세웠다”며 “수홍이도 이런 공부법을 진작 알았다면 훨씬 더 깊이있게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토론 교육은 이미 한국에서도 강조되고 있지 않나요.

 “한국식 토론과 하브루타는 달라요. 우리는 한 사안을 두고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서 이기기 위해 논박하잖아요. 하브루타는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게 목표에요.”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하브루타는 꼭 일 대 일로 짝을 이뤄 진행해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찬반을 나눠 토론하는 것까진 같죠. 하지만 그 뒤에 서로 찬반의 입장을 바꿉니다. 이전 토론에선 나오지 않았던 근거를 대야 하죠. 그 뒤에 같이 해결방법을 찾아요. 승패를 가르는 게 아니라 합의를 도출하는 거죠.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이걸 1000년 넘게 집과 학교에서 실천해 왔다는 게 유대인들의 저력이에요.”

 - 어쩌다 이스라엘 토론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레 이스라엘식 영재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죠. 1600만 명에 불과한 유대인이 어떻게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할까, 어떻게 미국의 학계·정계·재계를 장악하고 있을까. 그러던 참에 이스라엘 영재 교육 전문가를 만나 하브루타를 소개받았어요. 배울수록 ‘진작 알았다면 우리 아이도 더 잘 키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죠.”

 - 어떤 아쉬움인가요.

 “우리는 나서서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밝히는 걸 주저하는 문화잖아요. 저도 수홍이에게 ‘학교 가서 선생님 곤란하게 할 질문하지 말아라’ 하고 가르쳤어요. 수홍이가 미국에 처음 가서는 토론 문화에 적응 못 해 힘들어했어요. 본인이 내성적이어서 그렇다고 여기는데, 전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눈치를 보게 만든 문화 탓이라고 생각해요.”

 - 다른 건 몰라도 수학 공부는 토론보다 혼자 집중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절대 아니에요. 어려운 수학 문제가 있다고 쳐요. 이걸 어떻게 접근할까. 기하적 방법으로 접근할까, 대수적 방법으로 접근할까. 각 방법의 장단점은 뭘까. 서로 생각을 검증하고, 그러다 보면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하던 해결 방법이 튀어나와요. 공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이 방법이 중요해요.”

 - 수홍씨는 수학 문제를 풀다 막히면 인터넷 수학 연구 사이트에 들어가 해외 수학도들의 조언을 받곤 했다면서요.

 “어찌 보면 온라인 토론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익힌 거죠. 세계적인 수학 영재들과 온라인 친구였으니까요. 하지만 친구들과 떠들고 토론해가며 문제를 푸는 경험은 많이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해외에 나가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학문적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운 거죠.”

 그는 22일 이스라엘 과학·영재 교육 전문가들을 초빙해 창립기념세미나를 연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학생 대상의 토론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고 싶어요. 교사나 학부모, 군대나 기업 등에 하브루타식 토론과 소통 방식을 소개하려고 해요. 유교적인 문화 때문에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 막혀있던 곳이라면 큰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합니다.”

글=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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