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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논란’ 릴레이 취재일기 ②] ‘3포 세대’가 보는 역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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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사회부문 기자

기자는 ‘3포(연애·결혼·출산) 세대’에 속한다. 내 또래 친구들의 취업이 늦어지면서 인간관계, 내 집 마련 등 하나둘 포기하는 것이 늘어나더니 5포, 7포, 과장을 곁들여 9포 세대란 말까지 등장했다. 입사면접에선 공공연히 ‘두 개의 화법’이란 조언까지 나돈다. ‘네가 아니어도 뽑을 사람이 많으니’ 눈치껏 회사와 면접관의 성향을 파악해 진보·보수의 입맛에 맞게 답변하란 얘기다.

 언론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좀 다를 줄 알았다. 역사교과서 관련 기획(본지 10월 13~15일의 ‘역사 교과서, 이참에 제대로’)을 준비하던 중 한 50대 국사학과 교수에게 “교학사 교과서는 학문적 자유로 볼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설명할 가치 없으니 운동사·정치사 공부를 다시 하고 전화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질문을 하기 전에 다른 교과서의 좌편향 서술에 대해 물었고 그로부터 “학문적 자유”라는 답변을 받은 직후였다. 학문적 자유의 적용 기준은 무엇인가. 가슴이 답답했다.

 10·20·30대는 일제시대·군부독재·민주화 등 우리 근현대사의 현장을 겪어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요 역사적 사건의 사실 그 자체가 궁금하면 기성세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질문을 하면 기성세대가 차분하게 이모저모 따져 시원한 답을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보수 쪽은 “교단의 좌편향 교사에게 선동되지 말라”고 하고 좌측은 “역사 공부 제대로 하라”고 답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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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기성세대의 역사전쟁에 젊은 세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15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동영상(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표현 포함)을 보여줘 논란이 된 A고 앞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은 “학생들을 쉽게 선동되는 생각 없는 주체로 보는 어른들의 시각이 불쾌하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후반이 다수인 모임에서도 “어른들은 역사를 자기들 전유물로 여긴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 보육 등 중요한 의제를 미룰 만큼 의욕이 앞서 있다”고 비판했다. 한 중학교 역사교사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역사전쟁을 그대로 답습해 싸우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저성장과 세계적 경쟁으로 대표되는 각박한 현실이 ‘역사 현장’이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얻고 싶은 건 전문성을 키워 세계와 경쟁하고 안으로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혜’다. 어른들도 ‘우리를 위해’ 지루하고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마무리해주면 좋겠다. 접점을 찾아 토론하고 화해하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 이제는 교과서가 아닌 젊은이들의 고통 속에서, 역사전쟁을 마칠 실마리를 찾아 주었으면 한다. 산업화·민주화의 역사는 감사하지만 ‘전쟁’은 물려받고 싶지 않다.

백민경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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