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북한과 미국

기사 이미지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은 미국을 불신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북한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핵 문제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달성할 때까지 핵무기 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세 가지로 정리해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 3월 28일자에 밝혔다.

 첫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의 하나라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자기를 지킬 수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을 핵강국의 위치에 올려놨다는 설명이다. 둘째, 핵 보유가 이미 법제화됐고 국가의 전략적 노선으로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데 대하여’를 법령으로 채택하고 핵 보유를 법제화했다. 셋째, 미국의 핵위협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 2013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키리졸브에서 등장한 핵전략폭격기 B-52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를 거론했다. 미국이 이런 무기를 통해 북한을 핵위협하고 있어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하소연이자 구구절절한 변명이지만 북한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려는 것은 미국에 대한 공포와 불신에 기인한다. 거의 피해망상에 가깝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이 1918년에 발표한 소설 『광인일기』에 나오는 광인의 모습과 겹쳐진다. 소설 속의 광인은 피해망상증에 걸려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북한도 미국이 자기 체제를 붕괴시키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은 조그만 일에도 과잉 대응하고 거친 말을 사용한다.

 지난 16일 낮(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이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핵 문제에 ‘낙담에 의한 방치’에 가까웠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관심을 갖게 만든 것과 한·미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은 성과다. 김 위원장은 생전에 “우리도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평화공존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아쉬운 점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비핵화 대화 재개와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 외에 새로운 해법이 없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를 고려하면 자칫 ‘성명을 위한 성명’으로 끝날 수도 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중국을 ‘전범자’로 규탄하면서도 중국을 방문해 개혁·개방의 변화를 유도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하면서 대화를 통해 데탕트를 추진해 냉전 종식을 이뤘다. 역사는 ‘성명’이 아니라 ‘행동’으로 기억된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또는 핵실험 등 북한의 위협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받는 미국의 위협도 생각해 상호위협 감소를 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