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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서 북중관계 개선해 온 북한

중국 권력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나타난 것은 북한 정세를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나는 과거 이 칼럼에서 북한이 새로운 후원자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여름 북한은 한때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 것이라고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류윈산의 등장은 북한이 막후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해 온 것을 보여준다.



김정은은 이 행사를 통해 군사력 과시뿐 아니라 북중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중국공산당 인사만 초청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관례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의 공산당 대표도 초청 대상이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초청장이 발송되지 않았다. 심지어 러시아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다. 물론 노동당의 교류 파트너인 러시아 공산당이 푸틴 대통령의 집권당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과거 관행에 비춰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중국이 얼마나 중심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존 에버라드의 시대공감

류윈산의 열병식 참석은 북한의 위성발사(미사일 실험) 엄포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해 준다. 돌이켜보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한국과 서방세계가 아니라 중국을 타깃으로 한 것 같다. 한반도 안정을 원하는 중국을 향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내놓지 않으면 미사일을 쏘겠다고 호언한 것이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위성 발사를 언급한 건 9월 30일이었다. 그 후엔 조용했다. 따라서 그 날을 즈음해서 류윈산의 참석이 확정된 게 아닌가 싶다.



김정은과 류윈산이 사열대 위에 나란히 선 모습은 9월 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맞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전승기념식에서 홀대를 받은 최용해 노동당 비서와 류윈산이 따로 환담한 것도 북한으로선 흐뭇한 일이었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새 협력 구도가 어떤 모습을 띨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시진핑 주석의 친서와 김정은의 연설 등을 종합해 보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둘 다 있다. 좋은 소식은 류윈산이 김정은과 회동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김정은도 연설에서 병진 정책을 한 번만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제대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실패한 1994년 제네바 합의 상의 미국과 같은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나쁜 소식은 북중 밀월관계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이고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는 그만큼 실효성이 줄어들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비판적인 결의안을 채택하는 일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한국보다 중국에 의지하게 됐다는 것은 한반도 통일의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도 갑자기 높아졌다. 심지어 몇 주 안에 확정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고 시진핑 주석도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김정은에겐 엄청난 소득이다.



일각에선 류윈산의 열병식 참석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원했다면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가 직접 참석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관계 개선의 초기 단계부터 정상급 지도자가 직접 방문하는 건 중국 스타일이 아니다.



시진핑의 친서엔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이 대북 경제지원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물밑 접촉에서 이 점을 특별히 강조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현금 지원을 금지했다. 이 제재도 곧 풀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열병식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참석했다. 왕자루이가 방북한 건 2013년 핵실험 이후 처음이다. 그 전엔 당 대외연락부가 중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했는데 핵실험이 중국 입장을 강경하게 만든 뒤 주도권이 외교부로 넘어갔다. 왕자루이의 이번 방북은 그가 다시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갖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환경이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의 유일한 동맹국을 재건할 수 있고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북한의 미사일 또는 핵실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최근 몇 년 간 잃어 왔던 북한 정책입안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데 대해 불만스러워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앞으로 전개되든 2015년 10월 10일은 북한 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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