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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통일 아닌 평화공존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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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럼과 평화오디세이가 15일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건설’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비핵화선언에 국제적 인증 절차를 밟지 않아 공고화하지 못한 게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정현 기자]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정세가 해빙 무드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오는 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예정돼 있고 지난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워싱턴과 베이징의 대북기류도 누그러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를 점치기는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 “한국이 노력해야” 입 모아
평화체제 3단계 로드맵도 제시
“새 남북 합의보다 기존 합의 지켜야”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아 … 준비를”
한?미 군사훈련 축소 놓고 열띤 논의


 한반도포럼과 평화오디세이가 공동 개최한 15일 학술회의에선 이런 ‘불안한 평화’에서 벗어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건설하기 위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참석자들은 남북 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홍구 전 총리는 “한국이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과정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그때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이 된 데다 독일 통일 등에 정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총리는 “지금은 20여 년 전과 상황이 바뀌었지만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개념과 고민이 실종됐다”고 지적하며 “평화체제는 문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물자 등이 오가면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잔여 임기 활용론도 나왔다.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우선 1단계로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뒤 마지막으로 6자회담을 동북아 다자안보기구화하는 3단계 프로세스다.

 외교관 출신 참석자들은 여기에 더해 포괄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가되 주변국에 대한 이해를 잘 구하며 시너지를 취하는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형 전 주러 대사는 “우리 외교의 문제는 모두 남북 대립에서 비롯됐다. 북한과 주변국의 관계개선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큰 틀에서 한반도 통일에 활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여기서 적극적인 평화론을 펼쳤다. 박 교수는 “6·25전쟁 이후 제2의 6·25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 소극적인 평화라면 이제는 평화체제를 건설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적극적인 평화가 되려면 평화체제가 되더라도 위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약보다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만학(경희대 교수) 한반도포럼 회장은 “한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통일이 아니라 평화공존이 돼야 할 것”이라며 “평화공존은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고 편익은 비용에 비해 크다”고 덧붙였다.

 평화체제를 건설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남북한의 합의보다 기존의 합의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남북 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등에 평화체제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그동안 대북정책에서 경협 분야를 돌이켜보면 계획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장기적이었지만 실천은 없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을 지경이므로 잠재력이 큰 개성공단을 전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5년 단임제하에서 그동안 나온 대북정책은 이벤트에 가까웠다. 5년 단임제하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뜨겁게 논쟁을 벌인 대목은 한·미 군사훈련 축소 문제였다. 문 교수는 “3, 8월에 진행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횟수를 줄이거나 규모를 축소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중단 등을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한·미 동맹과 미군의 특성을 고려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맞받아쳤다.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70년대 데탕트 시기, 90년대 탈냉전 시기, 21세기 미·중의 신질서 구축 시기 등 중요한 때마다 남북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쳤다”며 “전략적 사고를 통한 대북 억제와 관계개선을 병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시급한 시대적 과제”라며 “평화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준비하고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아데나워의 서방정책 20년에 이어 브란트의 동방정책이 이어지는 등 서독의 일관된 정책이 통일독일을 이뤘다”며 정권 교체와 무관한 지속적인 정책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정영교 연구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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