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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레타는 거리의 여자” … 연출이 바꾼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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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라 트라비아타’의 파티 장면. 고풍스러웠던 종래의 연출과 달리 선정적이고 어지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출연자 시선과 손짓까지 새로운 해석에 맞게 연출했다. [사진 성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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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연기 지도 중인 오페라 연출가 장영아(왼쪽)씨. 성악가들에게 노래뿐 아니라 연기에도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지난달 말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의 오페라 연습실. 연출가 장영아(43)씨가 남자 성악가의 노래를 멈추게 했다. “잠깐만요. 그 부분에서 꽃을 받고 객석을 한 번 바라본 후 웃어보세요. 그래야 더 순수하게 기뻐하는 걸로 보이거든요.”

장영아의 색다른 ‘라 트라비아타’
순애보 아닌 세속적 러브스토리
“성악가 중심서 연출가 시대로”

 이달 1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연습 장면이었다. 장씨가 연습에서 성악가들에게 주문한 내용은 분명했다. 여자 주인공 비올레타는 우아한 여성이 아니라 매춘부고,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는 순수하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장씨는 성악가들의 몸 동작뿐 아니라 손짓·눈빛까지 세세하게 고쳤다.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가 그동안 오해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작품은 화려하고 귀족적인 파티 장면으로 유명하다. 로맨틱한 사랑, 비극적 죽음과 결말이 이어진다. 음악은 어떤가. 낭만적 멜로디, 풍부한 화음이 베르디의 주특기다.

 장씨는 “아름다움에 집중해 이 오페라를 보면 중요한 점을 놓친다. 어떤 관객은 비올레타가 그저 프리마돈나라 생각하고 심지어 귀족이라는 인상까지 받는다”고 했다. 비올레타가 몸을 파는 여성이고,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건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씨는 이번 무대에서 그런 점을 강조했다. 합창단은 비올레타가 등장할 때부터 경멸하는 시선을 보내고 수군거리도록 했다. 비올레타 또한 우아하지 않다.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나와 노래한다.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도 낭만적 상대가 아니다. 걸음걸이 하나에도 순진무구함이 묻어있을 뿐, 멋있는 남자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또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은 안이 훤히 보이는 옷을 입고 난잡하게 논다.

 오페라에서 연출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분야다. 오페라는 대사의 톤까지 고정돼 있는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성악가의 노래, 오케스트라 음악이 이미 결정돼 있다. 내용 또한 바꿀 여지가 크지 않다. 때문에 오페라는 성악가들이 이끌어 가는 장르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한 장씨는 “오페라가 연출하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바꿀 여지는 있다”며 “단순히 의상·배경뿐 아니라 성악가들의 몸 동작, 시선, 손짓만 바꿔도 청중에게 다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극 무대 연기자 출신의 조연출을 따로 뒀다. 성악가들이 노래뿐 아니라 연기로 인물을 정확히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대는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었다. 장씨는 “특히 ‘라 트라비아타’처럼 자주 공연된 오페라는 연출가의 자유가 더 적다”고 했다. 청중이 오페라의 분위기를 예측하고 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바꾸려면 무대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는 무대 장치를 최대한 줄이고 소품도 모두 덜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 트라비아타’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세속적인 사랑 이야기다. 장씨는 “그동안 오페라는 음악만 강조된 측면이 있다. 연출가로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극으로서의 오페라를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연출가의 시대가 시작됐지만 국내 오페라 무대는 아직도 성악가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18일까지 계속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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