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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일본 경제의 경험에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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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일본 경제의 과거와 현재는 우리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가치 급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내수 확대 정책을 계속했다.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계속 올랐지만 90년대 초에 거품이 붕괴하면서 불황을 겪었다. 여기에 제대로 정책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인구고령화, 생산성 하락의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침체를 겪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지난 3년간 경제가 많이 나아졌다. 주가는 80% 이상 오르고, 환율은 달러당 78엔에서 120엔까지 상승했다. 엔저로 수출과 대외투자가 늘어나고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다. 고용이 늘고 임금이 상승했다.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 물가는 1%대로 상승했다. 실질소득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1%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안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재선에 성공해 앞으로 3년간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마련했다. 기존의 세 개의 화살(양적완화 통화정책, 재정 확대, 구조개혁)에 ‘강한 경제’ ‘육아지원’ ‘사회보장’을 추가하는 ‘아베노믹스 2.0’을 발표했다. 6개의 화살로 경기를 살리고 구조 개혁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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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새로운 경제 동력에 대한 희망이 커졌다. 앞으로 미국 의회의 비준이 쉽지 않겠지만 TPP에 참여하는 미·일·베트남·호주 등 12개 국가 간에 원료·부품·완제품을 나누어 생산하는 국제 분업 구조를 확대하면 회원국 간에 수출이 크게 늘 수 있다. 나아가 농업·서비스업의 개방으로 경제 전 분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경제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의 앞날은 아직 불안하다. 일본은행(BOJ)이 국채를 연간 80조 엔 규모로 계속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높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2%였고 중국의 성장 둔화로 수출이 부진해 3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10월 말에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만으로 경기를 살리기 힘들다. 정부 부채는 이미 국민총생산의 240%로 세계 최고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었다.

 제2차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출산율 회복도 쉽지 않다. 일본 인구는 지금 추세로는 현재의 1억2700만 명에서 50년 뒤에는 8700만 명으로 감소한다. 1억 명 아래로 줄지 않도록 하는 책임을 맡는 ‘1억 총활약’ 장관이 새로 임명되었지만 외국인 이민을 늘리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방 이후 70년 동안 우리는 일본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았다. 한국의 일인당 소득은 구매력 기준으로 1970년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일본과 거의 비슷했다. 전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은 70년 6.1%에서 2014년 3.6%로 하락했지만 우리는 0.3%에서 3.0%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 총 규모뿐 아니라 제반 제도적 기반과 전문 지식·기술 축적 수준에서 우리가 아직 일본에 비해 미흡하다.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국제 경쟁력 지수에서 일본은 세계 6위이고 한국은 26위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올해는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을 받으면서 과학 부문에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21명에 달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상황은 20년 전의 일본과는 다르다. 그러나 일본이 겪은 저물가·저금리·저성장에서 우리도 몇 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는 이미 줄기 시작했고 생산성 향상도 둔화되고 있다. 산업 간, 기업 간, 소득계층 간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우리 경제 모습이 지금 일본과 같아지면 안 된다. 아베노믹스의 경험을 보면 경제가 너무 오랫동안 활력을 잃으면 좋은 정책들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에 2017년까지 4%대로 성장률을 올리고 70%의 고용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지금은 잊힌 구호다. 비전을 줄 수 있는 장기 목표를 새롭게 세우고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는 선제적인 경제 정책들과 기초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꾸준한 경제성장으로 일본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을 따라잡은 아시아의 선도 국가다. 일본의 경험에서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피해 일본을 넘어서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써 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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