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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 기자의 '오후 6詩'] 사는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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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의뢰받으면 그 일이 무엇이든 간에 아. 싫다. 가능하면 안 하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먹고 살지 못하니깐, 하는 생각으로 마감 직전 혹은 마감 넘어서까지 양심의 가책과 싸워가며 버틴다.
그 전에는 아무리 한가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는 내내 위장이 뒤집힐 듯 배배 꼬여서 이따금씩 위산이 역류하기도 한다.
몇십 년을 매일같이. 공휴일 명절 할 것 없이 뒤틀리는 위장의 재촉을 받으며 내 인생은 끝나리라.
일이 좋다는 사람이 있다면 얼굴 한번 보고 싶다.
"넌 일단 일 시작하면 빠르잖아. 빨리 빨리 해치우면 편할 텐데."
상식적인 친구들이 충고를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싫어. 그렇게 일하면 부자가 되는걸."
"부자 되기 싫어?"
"응, 싫어. 겨우 먹고 사는 게 적성에 맞아. 부자들 보면 얼굴이 비쩍 말랐잖아. 돈이 많으면 걱정이 늘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거라고."

책 『사는 게 뭐라고』 중

세계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밀리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사노요코가 5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그녀의 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사는 게 뭐라고'라는 제목의 이 책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써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는 게 부질없고,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는 담담하면서 감성적인 면이 뒤섞인 매일매일의 기록이죠.

2년 뒤면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재규어 매장에 들어가 과자를 사는 것 처럼 간단하게 "저걸로 주세요" 라고 했답니다. 차를 재규어로 바꾸고, 명품 백을 들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십수 년 동안 따라다니던 우울증이 말끔하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죽는다는 것은 곧 자유를 찾는 일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인간은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만 그런 생각을 간단하게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작가는 냉소적이며 뜨거운 감성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소소하게 위로해줍니다. 요즘 TV 광고에 자주 나오는 노래 '태평가'처럼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겠습니까. 언제 떠날 지 모르는 인생 즐기면서 살아가세요.

송혜영 sincereh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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