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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e메일 얘기 좀 그만” “땡큐, 땡큐,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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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크게 웃고 있다. 클린턴의 e메일 부정 사용 논란에 대해 샌더스가 “국민들도 e메일 문제에 신물이 났다”고 말하면서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라스베이거스 AP=뉴시스]


역시 ‘관록의 클린턴’이었다.

샌더스·클린턴 웃으며 악수하자
당원 1000여 명 일제히 기립박수
총기규제·경제정책에선 날선 공방
“클린턴 판정승” “무승부” 평가 갈려


 13일 밤(미국시간)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간 첫 TV토론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노련함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의 열변이 정면 충돌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다만 미 주요 언론은 “클린턴의 자신감이 (TV토론장을) 휩쓸었다”(CNN), “클린턴 쪽으로 (대세가) 기울었다”(허핑턴포스트)고 평가하는 쪽이 많았다. ‘클린턴 판정승’ 정도로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클린턴과 샌더스 모두 승자”(워싱턴포스트)란 분석도 상당수였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선 샌더스의 소신과 참신함을 높이 평가한 목소리가 더 많았다. 페이스북 투표에선 응답자의 75%가 샌더스의 승리로 평가했다. “클린턴이 이겼다”고 한 응답은 18%에 그쳤다.

 토론 전만 해도 샌더스가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공격하고, 클린턴이 이를 방어하는 ‘창(샌더스)과 방패(클린턴)’의 양상을 띌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클린턴이 샌더스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역으로 샌더스는 클린턴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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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클린턴은 총기 규제 문제로 샌더스를 몰아세웠다. 토론 진행자가 “샌더스가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에 넘어가지 않을 것 같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라 잘라 말했다. 클린턴은 “샌더스는 1993년 당시 신원 조회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래디법’의 통과를 무려 다섯 차례나 반대했다. 샌더스는 총기 규제에 너무 미온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총기 폭력으로 매일 90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만큼 이제는 나라 전체가 NRA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샌더스는 “예를 들어 버몬트주에서 누군가가 합법적으로 총기를 파는 상점에서 총기를 구입해 미친 짓을 저질렀다면 그 상점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총기 규제 반대 입장에서 최근 제한적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쪽으로 선회한 상태다. 클린턴은 이어 “미국은 이제 덴마크나 스웨덴·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노동자들을 위해 이뤄낸 것을 배워야 한다. ‘카지노 자본주의’를 철저히 거부한다”고 한 샌더스의 발언을 집중 추궁했다. 그는 “우리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에 있다”며 “지도자가 할 일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지나친 자본주의로 흐르지 않게 통제하는 것”이라고 받아 쳤다.

 클린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종 정책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토론 진행자 앤더슨 쿠퍼 CNN 앵커의 지적에 “난 늘 새로운 정보를 흡수한다. TPP만 해도 불과 지난주에 최종 타결됐다. 하지만 (그 내용이)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교묘하게 받아 쳤다.

 이날 TV토론의 하이라이트는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클린턴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가능한 한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지금 공화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쓰며 특위를 구성해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준비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샌더스가 갑자기 손을 높이 들어 발언을 요청했다. 모두가 클린턴을 몰아세우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보고 긴장했다. 클린턴도 고개를 90도 돌려 샌더스의 입을 주목했다. 하지만 샌더스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뜻밖이었다. “미국인들은 ‘그놈의 e메일(damn emails)’ 문제를 듣는 데 식상하고 지쳐있다. 언론도 문제다. 클린턴 말이 맞다. 제발 중산층을 살리고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 실질적 문제에 토론을 집중하자.”

 의외의 발언에 클린턴은 활짝 웃으며 “땡큐, 땡큐, 땡큐”를 세 번이나 외쳤다. 그리고 파안대소하며 샌더스에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이 손을 굳게 잡자 라스베이거스 ‘윈 리조트’ 호텔 장내를 메운 1000여 명의 민주당원도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샌더스의 이 발언은 앞으로 48시간 동안 아마도 조회건수 수십억 회를 기록할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클린턴이 이번 TV토론 성공을 계기로 다시 지지율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만 샌더스도 만만치 않은 화력을 입증하며 유권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만큼 경선의 향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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