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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여행 눈앞 … 영하 80도 견딜 신소재 개발에 미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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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켈리 고어 회장이 자사에서 만든 우주복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 우주복은 1981년 개발된 것으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우주인이 착용한 모델이다. 켈리 회장은 키가 190㎝에 달한다. [사진 고어]

미래 소재산업의 화두는 ‘극한 상황’이다. 아웃도어나 등산족 사이에서 말하는 추위 정도가 아니다. 영하 40~5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온도에서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어 암(癌) 같은 인류의 난제를 풀어가야 한다. 수술을 하게 되면 적은 부위를 도려내고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 밖으로는 화성의 인류탐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평균 온도가 영하 80도에 달하는 혹독한 기온은 물론 태양에서 직접 쏟아지는 직사광선을 이겨내고 탐사를 진행해 연구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야 한다.

 글로벌 대표 소재기업인 W.L.고어&어소시에이츠의 테리 켈리(54)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기념 인터뷰를 갖고 “소재의 발달이 산업은 물론 문명과 사회까지 바꾸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켈리 회장은 대표적 ‘미래 기회’라면서 생체나 우주, 의약 같은 키워드를 던졌다. 신체와 장기를 대체하는 소재 개발과 더불어 우주나 심해, 사막과 극저온 지역 등을 자유롭게 탐사할 수 있는 신물질이 속속 등장할 것이며 이에 따라 인류의 도전 영역도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란 얘기다.

 켈리 회장에게 물었다. 1983년 고어에 입사했으며, 2005년부터 만 10년째 CEO를 맡고 있다. 그는 전 세계 미군이 입고 있는 고어텍스 군복을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터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50년 후 미래’라는 화두를 던지자 흔쾌히 응했다.

 -요즘 비즈니스에서 ‘복잡성’과 ‘미래’가 화두다. 다가올 50년은 어떠할까.

 “나는 ‘부카(VUCA)’라는 상황을 고민하고 있다. 부카는 ‘변동성이 크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미래 50년은 더욱 이런 부카의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를 파악하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리더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약(藥)이다.”

 -제약업에 진출한다는 이야기인가.

 “보통 약을 만들 때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는 영상에서 약을 만들고, 드물게 영하 20도에서 보관할 때가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영하 50도에서 약을 만드는 시대도 올 것이다. 이런 약의 생산·보관에 특수 소재가 필수적이다. 고무 튜브나 유리컵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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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나 우주공학 분야에서도 소재산업의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의료 분야는 먼저 고령화에 따른 ‘의료기구의 진화’를 주시하고 있다. 인공혈관 같은 의료기구 수요가 늘면서 몸에 삽입하는 소재도 오랜 기간 안정적 성능을 요구받을 것이다. 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우주 탐사에선 ‘한 치의 오차’도 용납 안 되는 정교한 소재가 필수다. 지금 상용화되고 있는 기내 와이파이 기술도 앞으로는 서비스의 질이 올라갈 것이다.”

  -소재 하나만으로는 지금의 경쟁력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소재 하나만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재가 문명과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도, 반대로 사회가 새로운 소재의 탄생을 이끌 수도 있다고 본다. 예컨대 셰일가스를 채취하는 현장에서 쓰는 프래킹(fracking) 공법을 생각해 보자. 지하에서 물·모래 등을 고압 분사해 바위를 파쇄한 뒤 석유나 가스를 뽑아내는 공법이다. 지하 깊은 곳(3000m가량)까지 내려갈 때 작업복과 각종 전자장비 소재는 고도의 보호 기능을 필요로 한다. 그 소재는 누가 만드나. 어떤 산업이 발전하면 이에 맞는 ‘소재 솔루션’ 개발은 필수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아이템만 연구하는 ‘인큐베이팅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선 직원들은 일상적 업무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장기적 과제를 고민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5~10년 뒤 성과가 나타날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 시중에는 혈관 대동맥을 치료할 수 있는 ‘스텐트 그라프’나 이를 끼워넣는 카테터 같은 제품이 나와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몸 속에는 그 어떤 첨단 소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장기가 많다. 전자기기의 방수기능이나 연료전지 같은 것들도 미래에는 그 성능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의 경쟁력이 미래에도 유효할 수 있을까.

 “현재의 경쟁력과 역량을 미래에도 유효하도록 하려면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혁신은 단순히 제품의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관점이 필수다. 직급이나 부서에 상관없이 ‘솔루션’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형 수요에 맞춰 ‘융합형 제품’도 꾸준히 내놓아야 한다. 기존 소재에 코팅을 하거나 다른 화학적 성분을 결합해 ‘신(新) 시장’을 창출하는 식이다. 요새 보급되고 있는 기내 와이파이 기술도 따지고 보면 1950년대 전기 절연 케이블 기술이나 80년대 아폴로 우주선용 데이터 케이블 등에서 발전한 것이다.”

 -그런 관점을 어떻게 달성하나.

 “우리는 직원들에게 수평적 의사 결정을 많이 허용하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왔다. 개인 역량을 강화해 혁신을 이끄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혁신은 기술자와 제품 전문가, 그리고 마케팅 팀원이 다양한 기능에 대해 논의하다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 내내 켈리 회장은 미래 경쟁력을 위한 준비로 ‘리더’와 ‘조직원’의 화학적 유대를 거듭 강조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요청하자 ‘미래는 불확실하다. 기민한 미래 리더를 준비하라(Future is uncertain. Let’s prepare tomorrow’s leader to be agile)”고 적었다. 그는 “소수의 리더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보다는 리더가 전반적인 ‘맥락(context)’을 주도하고 다른 동료들이 함께 해결점을 찾는 것이 비즈니스적 성장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어크(미국)=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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