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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차기 경쟁을 용납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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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런던특파원

테리사 메이란 영국 정치인이 있다. 내무장관이다. 이달 초 나흘간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비대칭 V자 목선이 두드러진 검은색 원피스 정장을 입었다. 과감했다. 1395파운드(약 245만원) 상당의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했다. 우리로선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이글거리는 야심이었다. 힘이 실린 목소리로 유럽 공동 난민 정책을 요구하는 유럽을 향해 “수천 년이 지나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엄격한 이민 정책을 펴겠다는 거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보다 강경했다. 캐머런 정부의 1인이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자연스레 ‘메이 총리’를 상상했다.

 그만이 아니었다. 한때 똑똑한 정치인으로만 여겨지던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우린 건설자”라고 외쳤다.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증설하겠다는 얘기다. “우리 당이야말로 노동자를 위한 유일한 정당”이란 말도 했다. 실제 그는 노동당의 정책을 보수당식으로 변용하는 중이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도 뒤지지 않았다. 현란한 캐릭터의 인물로 능수능란하게 노동당을 비판했고 캐머런 총리와 경쟁자들은 견제했다. 특히 오즈번 장관을 두곤 “현재 런던에서 유일하게 증가하는 범죄는 시정(市政)을 훔치는 것인데 나로선 진실로 용납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즈번 장관의 생활임금 정책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한 게다.

 전대 내내 차기 주자들의 다이너미즘이 만들어낸 긴장감이 감돌았다. 영국 언론들이 “전대가 차기 리더십을 위한 ‘미인대회’ 같다”고 평할 정도였다. 보수당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눈에 보이는 듯했다.

 이런 자리가 마련된 건 캐머런 총리의 선택 때문이다. 그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총리가 되더라도 다음 총선엔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총선에서 지거나 당내 반란으로 밀려나기 전까지 당수직을 놓지 않는 게 관례였다. 권력 누수가 불가피할 텐데도 임기를 정했다. 그리고 차기 리더십 경쟁을 용인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캐머런 총리가 집권하기 전인 2008년 영국의 보수당이 200~300년 굳건히 버텨온 비결을 분석한 책을 냈 다. 거기엔 “영국 보수당의 역사는 9명의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각각 다른 보수당이었다. 지도자들이 변화를 수용하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었다”는 대목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캐머런도 보수당 지도자다.

 우리네는 누군가 고개를 든다 싶으면 이내 쏘아본다. 같은 보수 정권인데 우린 참 비보수당적이다.

고정애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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