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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월, 내일 제천·평창 … 보부상 발길 따라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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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은 평창군 및 충북 제천시 등 3개 지역 초등학생·학부모 6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28~30일 2박3일 일정으로 3개 시군의 5일장을 도는 ‘장돌뱅이 루트 순례체험’을 진행했다. [사진 영월군]


태백산 영월역에서 내리면 70년대 도시의 풍경이 남아 있는 마을이 보인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지역이다. 과거에 뗏목꾼들이 드나들던 커다란 포구가 있던 곳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동강에 뗏목이 가득했고 강변으로는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모여든 상인들로 북적였다. 교통이 발달해 뗏목꾼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아직도 이곳엔 옛 문화를 지켜가는 장돌뱅이들이 매달 4일과 9일, 5일장을 열고 있다.

장돌뱅이 루트
3개 시군, 전통시장 탐방사업
명물 구경하고 별미도 맛보고
매출 늘면서 상인들도 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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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뿐 아니라 제천과 평창에서도 여전히 5일장이 열리고 있다. 3일과 8일은 제천장, 4일과 9일은 영월장, 5일과 10일은 평창장이다. 때에 맞춰 시장에 몰리는 장꾼들은 장돌뱅이의 전통적인 모습을 현대화하고, 장을 따라 돌고 도는 보부상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물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조용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제천역은 중앙선과 태백선이 만나는 곳이다. 이 부근엔 시장이 하나 있다. ‘한마음시장’이다. 한마음시장 오른쪽으로 길을 가득 메운 천막들이 보인다. 제천시 화산동에 있는 제천 한마음5일장이다. 울긋불긋 부인복, 긴 장화, 예쁜 유리그릇 등 없는 게 없는 곳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밀려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제천장은 여전히 활기차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강원도 평창은 메밀 부치기와 메밀전병이 유명하다. 평창군 봉평읍엔 이효석 선생의 생가가 있다. 이효석은 어린 시절부터 5일장 풍경을 보며 자랐다. 훗날 이 5일장을 배경으로 남긴 걸작이 바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다. 아름다운 자연, 섬세한 심리 묘사가 잘 드러난 현대 대표 단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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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시·군이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한 지역특화 및 문화·관광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장돌뱅이 루트’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영월군이 주관하고 평창군과 제천시가 공동 추진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시장), 영월(민속시장), 제천(한마음시장)의 전통 5일장을 연계해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 체험 관광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장돌뱅이 루트 사업의 특징은 시도를 달리하는 3개 시군의 전통시장에 장돌뱅이들이 다녔던 길을 연결함으로써 단일 전통시장의 공간적 한계를 넘어 루트 주변의 주민이 참여하고 수혜를 서로 나누는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장돌뱅이연합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시장 내 상인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원산지표시·고객동선확보 등을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엄종섭 조합장은 “처음에는 상인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관광객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각 상가의 매출도 평균 30% 이상씩 오르자 이제는 상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시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배움의 장으로 육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월 민속시장에서 만난 김하나(32·서울 성북구)씨는 “한글날을 전후로 3일 동안 온 가족이 장돌뱅이 루트를 따라 여행했다”면서 “부모님은 어린 시절 경험한 전통시장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끼시고, 아이들은 전통시장 속 명물과 별미를 체험하며 공감하는 소통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제는 사발통문 대신 스마트폰을, 봇짐이나 등짐 대신 자동차를 사용하는 장돌뱅이들. 하지만 그 밑바탕은 변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장사하고 화통하게 웃으며 열심히 사는 장돌뱅이의 정신, 그 정신만큼은 오롯이 지켜가고 있었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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