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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9만 명 시대…'영어 라운지'서 토킹 실력키우고, 동아리서 다문화 익히고

#서울 S대 주변에서 13년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4)씨. 이씨의 편의점은 7년 전부터 100% 중국 유학생 아르바이트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서는 유학생이 많아서다. 처음엔 한국말에 서툰 유학생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제 이씨는 면접 노하우가 생겼다.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어느 정도의 한국말을 구사해야하는지 보다 쉽게 판단한다. 서로 익숙해지니 모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5년 동안 같은 점포에서 근무한 외국인 유학생도 많다. 이씨는 “중국인 유학생 수가 점점 늘다 보니 '?斗在?? (펀도우짜이한궈; 재한 중국인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정보를 서로 주고 받는다”면서 “중국인 유학생은 그만두게 되면 미리 후임자를 알아보고 연결해줘 주인 입장에선 훨씬 안정적으로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대생 홍모(23)씨가 듣는 영어 전공수업(교수가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중간·기말 고사도 영어로 치르는 수업)은 56명 중 8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홍씨의 조에는 덴마크에서 온 유학생이 들어왔다. “네가 영어를 좀 하니까, 저 친구 통역 좀 해줘.” “네가 해. 난 영어 잘 못해.” 첫 조 모임 내내 조원들은 한국말을 못하는 덴마크 유학생과의 소통 문제로 애를 먹었다. 결국 한 친구가 등 떠밀려 통역사 역할을 했다. ‘조 모임 참여도’가 학점에 반영되기에 조 모임에 빠지는 학생은 없었지만 답답한 소통은 계속됐다. “I'm sorry that I can't speak Korean well. I am a nuisance to this team."(내가 한국어를 못 해서 미안하다. 나는 팀에 민폐를 끼친다.) 결국 덴마크 유학생은 이렇게 말하곤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이 9만 명을 넘어서면서(9만1322명, 교육부 2015년 통계), 캠퍼스 안팎 풍경이 변하고 있다. 11년 전인 2004년(1만6832명)에 비하면 5.3배 증가한 수치다.

우선 각 학교에는 10년 전만 해도 없던 ‘영어 라운지'라는 곳이 생겼다. 대부분 카페 형식인데, 주문하거나 대화할 때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 ‘프리 토킹’을 할 수 있어, 영어 실력을 높이려는 한국 학생이 즐겨 찾는다. 6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성모(25)씨는 “1학년 때에 비해 확실히 유학생들이 자주 보인다”며 “외국에 가지 않아도 외국 학생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28)씨는 유학생 문화교류 동아리에 빠졌다. 이곳에서 20여 개국, 1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MT도 가고 봉사활동도 한다. 장씨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노래방을 갔는데, 팝송이 아닌 빅뱅 노래를 고르는 걸 보면서 한류의 영향력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유학생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연세대는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을 1:1로 짝지어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 번 모집할 때 보통 350여 팀, 7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유학생 입맛에 맞춘 식당 메뉴도 등장했다. 한양대는 2013년 국내 최초로 학교식당에 할랄(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 메뉴를 추가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회나 운영한다.
학생식당 배선희 점장은 “늘어난 무슬림 학생들을 배려하려 할랄 음식을 내놓았다. 한국 학생들도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을 땐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학식 은행골도 무슬림을 위해 할랄 음식을 고정 메뉴로 추가했다. 할랄 음식은 원재료 값이 더 들어 보통 메뉴에 비해 1000~1500원 비싸다.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한국 학생과의 갈등도 빚어진다. 서로 자주 만나는 영어 전공수업 조 모임에서 가장 갈등이 빈번하다. 대학생 신현정(24)씨는 “유학생들은 학점이 ‘PASS/FAIL'로 주어지고 상대적으로 원하는 학점을 쉽게 얻을 수 있어 조별 활동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말레이시아 유학생 채의(24)는 “한 학생은 내가 밤새 조사한 부분을 말 한마디 없이 빼버렸다”며 “한국인 조원이 만든 발표 대본을 그냥 읽으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툰 한국말로 밤새 대본을 읽고 연습했지만, 발표 후 나에게 돌아온 말은 ‘너는 쓸모가 없다. 조에서 아무것도 하지마’였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사는 경우도 늘었다. 하지만 한국인 주인 차별대우를 겪기도 한다. 대학생 장찬우(28)씨는 파키스탄 유학생 우스만(30)의 하숙방을 함께 구하러다녔다. 수소문 끝에 적합한 방을 찾았지만 집주인 김모씨는 우스만의 얼굴을 본 후 태도를 180도 바꿔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나왔다. 김씨는 “저 사람 IS대원 아니냐. 우리 집에서 테러라도 도모하면 어떻게 하냐?”고 우스만 앞에서 장씨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당황한 장씨가 한 시간이나 “우스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학생”이라고 설득해 간신히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요즘 캠퍼스에서는 외국인 유학생과 사귀는 한국 학생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화적 가치관의 차이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 유학생 벤자민(22)은 “프랑스에서는 연인 관계로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짧은데, 한국 사람들은 수줍음이 많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캠퍼스 안팎의 변화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가 유학생 유치에 박차를 가해서다. 교육부는 지난 7월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고, 정부초청장학생(GKS) 예산을 늘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현재 1.5%에서 5.5%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창출 효과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등록금·주거비·생활비를 합산한 유학생 유치의 경제적 효과는 한 해에 약 71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0년에는 경제적 효과가 약 1조5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외국인유학생협회 이종길 대표(36)는 “2023년까지 유학생을 20만 명으로 늘린다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지 모르겠다”며 “정부나 학교가 장학금, 기숙사를 지원해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가영 기자, 양길성·홍다애 인턴기자 park.ga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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