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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당신의 BBQ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지금 다니시는 직장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상사나 동료들이 교양 있고 젠틀합니까. 다들 우호적이고 온화한지요. 아니면 정반대입니까. 상하관계의 조직인 이상, 직장 분위기는 어쩔 수 없이 상사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폭군 같은 상사 아래선 팍팍해지고, 호인 상사 만나면 화기애애해집니다. 효율 면에선 장단점이 있습니다. 폭군 밑에선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반면, 호인 밑에선 분위기가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이를 감안해 일본 재계에선 조직 수장 인사를 할 때 이른바 ‘군국주의자’와 ‘평화주의자’를 교대로 임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책임을 미루는 상사와의 트러블을 견디지 못해 직장을 옮긴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예전의 상사가 싫어 전직했는데, 여기에도 그와 똑같은 상사가 있더군.” 그는 예전 상사 이름에 everywhere를 큼지막하게 쓴 메모지를 책상에 붙여놓고 일한다 합니다.


어느 직장에나 부하를 함부로 대하거나 못살게 구는 상사가 있습니다. 그래야 권위가 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TV드라마 ‘미생’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심한 경우 윗사람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직원을 비인간적으로 다루기도 합니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조직에서의 상하관계도 결국은 인간관계인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는 매너나 교양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직원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조직의 효율과 생산성에도 영향을 줍니다. 4500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이뤄진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무례하고 거친 언행이 의료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플로리다대 연구팀의 조사에선 직장 내의 험악한 분위기가 의사소통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무시하거나 밟거나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겠습니까. 부하들 군기가 바짝 들어 일을 더 열심히 할까요. 외견상 그렇게 보일 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정보 공유를 저해하고, 창의적 의견 개진을 방해하며,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입니다. 직원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됐습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예의를 갖춰 손해 볼 건 없습니다. 이 말에 높으신 분 중에는 반대의견이 적잖은 듯합니다. 권위가 없어 보인다, 만만하게 비친다, 아랫것들이 대든다, 하며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요. 크리스틴 포래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얼마 전 뉴욕타임즈 기고에서 상사의 무례한 언행은 조직에 공헌하려는 직원들의 동기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상사의 일상적인 무례함은 스스로 리더십을 와해시키는 꼴입니다. 무례한 상사는 한 마디로 나쁜 상사입니다.


잡코리아와 중앙SUNDAY가 직장인 1500여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우리의 직장 분위기가 위험수위임이 드러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나쁜 상사가 있나’라는 질문에 ‘있다’가 무려 85%나 됐습니다. ‘당신의 상사는 나쁜 상사인가’라는 문항엔 53%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직장상사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는 주관식 설문에 ‘전생의 원수’ ‘골병의 원인’이라고 쓴 분도 있더군요. 우리 직장인 대부분이 ‘나쁜 상사(Bad Boss)’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나쁜 상사란 폭언을 하거나 부하를 달달 볶는 관리자만이 아닙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대개 상식적인 설명들이 나왔습니다. 책임 안 지는 상사, 말 바꾸는 상사, 공을 가로채는 상사, 자기는 일 안하고 부하 감시하는 상사…. 왠지 공통점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조직의 관료화 말입니다. 나쁜 상사, 조직적 무례함을 배양하는 근본 원인은 조직에 뿌리내린 관료주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꼭 공무원만 관료입니까. 기업에도, 대학에도, 병원에도, 군대에도, 심지어 언론에도 관료가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자기 패거리 챙기며 세력 구축하는 빙공영사(憑公營私) 타이프가 가장 나쁜 관료이자, 가장 해로운 상사 아닙니까. 관료화된 상사는 부하들의 창의성을 억누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조직 내 권력을 유지하면, 아랫사람들도 따라한다는 겁니다. 오늘 밟히고 까이던 부하는 내일의 나쁜 상사가 되고 맙니다. 관료화의 악순환입니다. 이게 조직의 활력과 생산성을 급속히 떨어트린다는 게 조직심리학자들의 중론입니다.?하여, 금주 중앙SUNDAY는 ‘나쁜 상사 지수(Bad Boss Quotient)’라는 걸 만들어봤습니다. 상사와 동시에 부하라는 두 가지 입장을 지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자가 테스트를 해봄직 합니다. 자신의 BBQ, 나아가 자기 직장의 BBQ를 측정해 보십시오. 무례함은 비용을 치르고, 매너는 보상을 받는 법입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이 10월 1일로 시행 1년이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단통법 혜택을 얼마나 보셨습니까. 통신비를 과연 절약하셨는지요. 단통법이란 이름은 본질을 가립니다. 본질은 할인규제입니다. 이런 식의 규제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판매자나 제조사에게 돌려주는 효과를 냅니다. 법이 정착했다는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소비자들은 ‘호갱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관련기사]‘호갱님’이 사라졌을까, 아니면 모두 ‘호갱’이 된 걸까????????? 단통법 1년, 이해관계자들 손익계산서


지난주 중앙SUNDAY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영호남으로 갈라지던 대립각이 이젠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도로 자리잡고 있는 현상을 짚어봤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근본적으로 동질적 사회입니다. 지역감정이니, 지역주의니 하는 것은 세력대결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려는 정치가 만들어낸 산물임을 확인했습니다.


[관련기사]영호남서 ‘수도권 對 지방’으로… 지역주의가 변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 갈수록 심화 … 호남소외론이 지방소외론으로 변형


[관련기사]한국만큼 동질적 사회 없어 … 지역주의는 만들어진 현실????????? [한국의 지역주의 탄생] 기원과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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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