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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텔링] 전화가 울렸다 … “칠성파 부두목 닮은 사람 여기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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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들어찬 서울 하늘에 서둘러 밤이 찾아왔다. 10월의 셋째 날 오후 7시30분쯤, 어둠에 휩싸인 서초경찰서가 문득 분주해졌다.

 철컹철컹-.

  강력팀 철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끌려 들어왔다. 40대 중반쯤 됐을까. 1m60㎝를 겨우 넘는 키에 청바지와 옅은 초록색 라운드티. 수갑을 찬 채 붙잡혀 오면서도 고개는 꼿꼿했다.

 형사 밥을 먹은 지 채 1년도 안 된 K는 사기꾼이겠거니 하며 담배를 피우러 나섰다. 흡연장에는 들뜬 얼굴의 선배 형사 P가 담배를 물고 있었다.

 “저 아저씨 형네 팀이 잡은 거예요? 뭔데? 사기?”

 “사기? 야, 저 사람이 누군 줄 알고. 정모(43)씨라고 칠성파 부두목이잖아. 그렇게 안 생겼지? 우리도 ‘너 진짜 조폭 맞냐’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니깐.”

 불을 붙이던 K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부산 칠성파? 근데 왜 서초서로 왔어요?”

 “너 몰라? 그래 벌써 6년이나 됐구나. 칠성파랑 범서방파가 강남에서 한판 붙으려고 무장하고 대기했다가 흩어진 사건. 당시 칠성파 핵심이 저 사람이야.”

 “얘기는 들어봤죠. 그때 어땠길래요?”

 “칠성파와 범서방파가 그냥 동네 깡패냐. 난리 날 뻔했지. 아마 2009년 11월 11일이었을 거다. 좀 전에 잡혀 온 정씨와 범서방파 고문 나모씨가 청담동 룸살롱에서 시비가 붙은 게 시작이었어. 범서방파는 두목 김태촌 출소를 앞두고 다시 세력을 확장하던 중이었는데 칠성파 정씨와 사업 문제로 시비가 붙은 거지. 정씨는 그때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강남 칠성파’ 같은 서울 세력을 키우던 중이었어. 원래 부산 칠성파에선 별로 인정해 주지 않았는데 칠성파 2대 두목 한모(48)씨 수족으로 활동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지. 정씨는 서울 세력만으론 범서방파랑 붙을 수 없으니 부산에 있는 칠성파 애들을 불러 올렸어. 한 80명이 차 수십 대에다 야구방망이랑 흉기랑 챙겨서 신사동 모텔 주차장에 딱 모인 거지. 그때부터 칠성파는 범서방파 습격에 대비해 순찰 돌면서 무장한 상태로 대기했고.”

 “범서방파는요?”

 “비상이었지. 조직의 ‘넘버3’쯤 되는 부두목 김모(48)씨가 비상연락망을 가동했어. 오후 7시쯤부터 한 50명 넘게 모였을 거야. 처음엔 청담동 식당에 모였어. 근데 결국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그날 ‘전쟁’은 없던 일이 됐지.”

 “그냥 그렇게 끝난다고요?”

 “전쟁까지 각오했는데 싱겁게 끝났겠어. 범서방파는 그때부터 경찰을 피해서, 또 칠성파 습격에 대비하면서 강남 여기저기 옮겨 다녔지. 삼성동 경기고 근처로 갔다가 잠원동 한강공원주차장으로 갔다가 하면서. 그러는 동안 부두목 김씨는 조직원들에게 500만원을 주면서 ‘연장’을 구입하게 했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14개, 길이 45㎝쯤 되는 흉기 5개…. ”

 “붙었으면 진짜 큰일 터졌겠네요.”

 “당연하지. 그렇게 11월 12일 저녁까지 거의 24시간 동안 긴장감이 흘렀어. 그러다 결국 만 하루가 지나서야 흩어졌어. 두 조직도 서로 알았을 거야. 경찰도 나타났고, 여기서 붙으면 서로 타격이 장난 아닐 거라는걸.”

 “ 두 조직 핵심은 김씨랑 정씨인 거죠?”

 “그래. 둘 다 부두목인데, 김씨랑 범서방파 쪽은 지난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거의 일망타진했어. 김씨랑 간부급 8명을 구속시키고 조직원을 50명 넘게 입건했거든. 김씨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았고, 지난 7월 항소심에서 3년6개월로 감형돼 감옥에 있어.”

 “근데 정씨는 어떻게 잡힌 거죠?”

 “정씨는 원래 세력 기반이 서울이라서 사건 이후에도 계속 서울에서 머물면서 조직활동을 해 왔어. 근데 누군가 공중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정씨와 비슷한 인물이 서울 방배동 카페에 있다. 자기 형 신분증으로 형 행세를 한다’고 신고한 거야. 바로 나갔지. ”

 “그렇게 싱겁게? 조폭 맞아?”

 “처음엔 다른 사람 신분증을 냈는데 지문이랑 대조하니 안 맞으니까 순순히 인정하고 따라왔어.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인지한 게 2010~2011년 무렵이고, 칠성파 정씨가 사건 주모자로 수배된 건 지난해 3월이야. 정씨는 수배된 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쪽에서 조직활동을 계속해 왔다나 봐. 우리가 정씨를 부산지검으로 넘기면 2009년 사건 이후 칠성파의 행적도 낱낱이 드러날 것 같다. 너도 잘 봐 둬. 조폭의 행태를 배우는 건 형사 일의 기초니깐.”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이 기사는 칠성파와 범서방파의 ‘ 칼부림 대치’사건을 취재, 가상인물 의 대화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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