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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서 심장·간·췌장까지 … 재생 치료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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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 히로유키 올림푸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내시경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올림푸스의 미래에 대해 “10년 뒤 세계 전체 의료기기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 올림푸스]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 안.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게 지루해질 때쯤 도쿄대 의대부속병원 의사 우지 다쓰오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상대방은 올림푸스 카메라 기술자 스기우라 무쓰오(杉浦睦夫). 한 살 차이였던 둘은 말이 금세 통했다. 30세의 혈기 넘치던 청년 의사 우지는 “카메라로 사람의 배 속을 볼 순 없느냐”고 물었다. 너무 늦게 위암을 발견해 제대로 된 치료 한번 해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31세의 스기우라는 무릎을 쳤다. 두 사람은 그 길로 사람 몸속을 촬영할 수 있는 위 카메라 개발에 뛰어들었다. 1949년의 우연한 이 만남은 50년 세계 최초 위 카메라 개발로 이어졌다. 세계 위 내시경 점유율 70% 신화를 일군 일본 광학기업 올림푸스 의료기기 사업의 시작이었다.

 마천루가 즐비한 도쿄 니시신주쿠(西新宿). 이곳에 있는 올림푸스 본사에서 사사 히로유키(笹宏行·60) 올림푸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그는 신중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약 1시간에 걸쳐 미래 메디컬 시장의 모습을 설명했다. 그는 ‘재생 치료 시대’의 도래를 자신했다. 50년 세계 최초 위 내시경의 출현으로 건강검진을 통한 위암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진 것이 2010년대 우리의 삶이라면 짧지 않은 미래엔 의료기기를 통한 무릎 연골 재생 치료부터 심장 재생 치료까지 가능해질 것이란 이야기였다. 올림푸스는 개복(開腹) 수술을 하지 않고 복강경을 통해 치료하는 방식을 ‘최소 침습(侵襲)’으로 부른다. 상처를 가능하면 적게 내면서 암 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상처 없이 치료가 가능한 무(無) 침습의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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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세포를 떼내는 방식을 바꾸는 기술 변화가 미래 의료기기 시장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변화의 기둥은 치료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에 있다. 사사 사장은 이를 두고 ‘재생 의료 기술’이라 칭했다.

 그는 무릎 연골을 예로 들었다.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고통을 없애기 위해 최근 이뤄지는 것이 인공관절 수술이다. 그러나 그는 “무릎에 작은 구멍을 뚫고 약을 주입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시술이 5년 뒤 보편화될 전망”이라고 단언했다. 재생 의료 기술은 ‘심장 재생’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심장으로 들어오는 관동맥에 피가 돌지 않게 되면 심장이 멈추게 되고, 바로 심장 근육에 손상이 가게 된다”며 “심장 근육에 재생 패드를 붙여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포를 이용해 간장은 물론 췌장까지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올림푸스를 비롯해 다케다, 가와사키중공업, 미쓰이모토해상화재보험 등 일본 기업 100곳이 참여하고 있는 ‘재생의료이노베이션 포럼’을 통해서다. 일본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포럼에선 인공만능세포(人工萬能細胞·iPS)를 연구해 인간의 장기 재생에 도전하고 있다.

 사사 사장은 재생 의료 시대를 이끌어갈 파트너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세원셀론텍과 손잡고 2008년에 합작사를 설립해 재생 의료 사업을 검토한 지 7년이 지났다”며 “세원셀론텍은 이미 1000개 이상의 실험 사례를 갖고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올림푸스가 세원셀론텍과 만든 건 ‘카티졸’로 불리는 관절조직 보충재로, 관절조직을 보호하고 윤활작용을 도와 조직 손상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올림푸스는 일본 에서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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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미래 제조업의 승부수는 ‘사람’에게 달렸다고 단언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과 로봇의 진화,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스마트 공장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성패는 기계가 아닌 사람 손에 달렸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공지능엔 감성이 없다. 일하는 방식을 꼼꼼히 보라. 일은 ‘팀워크’로 이뤄진다. 사람 간의 협업이 되어야 일을 할 수 있는데 여기엔 감정이 들어가 있다. ‘가령 우리 같이 힘내보자. 한번 해보자’ 같은 감정이다. 이런 감정은 기계로는 줄 수가 없다. 사람의 이 감정은 특히 위기가 닥쳤을 때 빛을 발한다.”

 그는 올림푸스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011년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회사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사회는 2012년 구원투수로 그를 지명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후로 3년이 지났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을까 생각하면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담담히 “미래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인구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의료비 급증, 출산율의 저하와 인구 증가율의 감소와 같은 흐름을 내다보면 ‘역풍(逆風)’도 ‘순풍(順風)’으로 바꿀 수 있단 설명도 붙였다.

 바람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동력은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에서 찾았다. 혼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을 담은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어떻게 사업을 키워나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 것이 생존의 비결이란 뜻이었다. 올림푸스가 온갖 부침을 넘어 100년 기업을 바라볼 수 있었던 본질이기도 했다. 1919년 현미경 사업으로 시작해 현미경을 열심히 만들다보니 여기서 렌즈 기술을 얻었다. 이 기술은 올림푸스를 카메라 시장에 진입하게 한 기반이 됐고, 카메라 기술은 세상에 없던 내시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카메라 시장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위축됐지만 이렇게 쌓인 의료기기 사업의 경험은 올림푸스를 존폐 위기에서 살린 버팀목이 됐다.

 사사 사장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푸스가 자금 부족 상황에 빠졌을 때 우군을 자처한 소니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두 회사는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상도를 4K(초고화질) 수준으로 높인 외과용 내시경 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세계 내시경 시장에서 우리 점유율은 70%다. 나머지 30%를 갖기 위해서 소니와 함께 투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소니 역시 70%의 시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와 손을 잡으면 협력이 잘될 리 없었다. 반면 외과용 시장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우리 점유율은 25~30%에 불과해 잠재력이 있었다. 소니의 전자기기 기술을 가져와 올림푸스의 노하우를 더하면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다.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었다.” 그는 “ 10년 뒤엔 전체 의료기기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쿄=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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