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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예비치, 전쟁의 참상 알린 ‘목소리 소설’로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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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는 역대 14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소비에트와 소비에트 붕괴 이후의 비극적 삶들을 기록해 왔다. [사진 위키피디아]


올해도 노벨문학상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소설가도 시인도 아닌, 러시아어로 작업하는 신문기자 출신의 벨라루스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의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는 노벨상 단골 후보들을 제쳐 두고 그의 수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지만 실제로 상이 주어질지는 미지수였다. 그를 아는 국내 전문가가 별로 없을 정도로 그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일반적인 소설 문법에서 벗어난 독특한 작업을 해왔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1983년 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증언록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을 200명 넘게 인터뷰해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소설의 통상적인 궤적에서 벗어나 있는 작품이다. 작가 지명도에 있어서나 수상자 작품의 형식적 특징에 있어서나 스웨덴 한림원은 이례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여성 수상자로는 2013년 캐나다의 단편소설 작가 앨리스 먼로에 이어 1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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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원의 신임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는 8일 오후 1시(현지시간) 알렉시예비치를 수상자로 발표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다성적인(polyphonic) 글쓰기,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에 바쳐진 기념비”라고 표현했다.

 정작 알렉시예비치는 수상 사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듯 스웨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다림질을 하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노벨상을 받은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이 즉각 떠올랐다”며 “노벨상 수상은 환상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부담스런 일이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1억원(800만 크로네)이 넘는 노벨상 상금을 어디다 쓸 것인지 묻자 “오직 한 가지, 나를 위한 자유를 살 것”이라고 답했다. “책 두 권을 쓸 아이디어가 있다. 5년에서 10년간 그 책들을 쓸 수 있는 긴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고도 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신문기자 출신답게 저널리즘 글쓰기 기법을 작품에 녹여 왔다는 평가다. 1991년 해체되기 전까지 소련 연방에서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한 일종의 연대기를 구축해 왔다. 2차 세계대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이다. 이를 위해 그는 수천 명의 어린이와 여성 등을 인터뷰했다.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그런 알렉시예비치의 작업에 대해 “구 소련 연방과 연방 해체 후 개인들의 영혼의 지도를 그린다고 할 만한 작업”이라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그 내용은 사건의 역사를 기술하는 게 아니라 그 사건을 겪은 인간 감정의 역사, 영혼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수백 명의 육성이 생생하게 드러난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작가 자신은 ‘소설-코러스’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개발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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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발표 시기에 맞춰 국내 출간된 『전쟁은 여자의…』(문학동네)를 번역한 박은정씨는 “알렉시예비치 가족 중에 전쟁 희생자가 있다. 그런 고통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심하다 개발한 새 문학장르로 봐도 될 것 같다”고 평했다.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군인이었던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니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전쟁은 여자의…』는 집필을 마치고도 2년간 출간되지 못했던 작품이다. 85년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동시에 출간된 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팔렸다. 전쟁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울음을 터뜨리거나 첫 생리가 있던 날 적의 총탄에 다리를 맞아 불구가 된 소녀들, 전장에서 돌아온 딸을 몰라보고 손님 대접을 한 어머니 등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는 전쟁의 이면, 여성들의 참전 경험을 드러낸 작품이다.

 박은정씨는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은 여성들 얘기지만 결국 전쟁 기록이고 인간 전체의 이야기”라며 “그런 점에서 노벨상이 지향하는 보편성에 들어 맞는다”고 평했다.

신준봉·한은화 기자 inform@joongang.co.kr


국내 출간된 알렉시예비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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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 김은혜 옮김, 새잎, 408쪽, 1만6000원)=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벨라루스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10여 년에 걸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쓴 실화다. 2006년 미국 비평가협회상 수상작. 검열 때문에 초판에서 제외됐던 인터뷰가 2008년 개정판에 추가됐다. 원제 ‘Voices from Chernovyl : Chronicle of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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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560쪽, 1만6000원)=제2차 세계대전에 가담해 싸웠던 200여 명의 여성들 이야기를 담았다. 논픽션 형식이지만 소설처럼 강렬하게 읽힌다. 소비에트 여성들의 영웅담에 찬사를 보내지 않고, 그들의 아픔과 고뇌에 주목한다는 사실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200만 부 이상 팔렸다. 원제 ‘War’s Unwomanly Face’.



◆벨라루스 공화국=유럽 동부의 폴란드와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는 ‘백러시아’로 불리었다. 폴란드, 러시아, 독일의 지배를 받다가 소련의 영토가 됐다. 구 소련의 해체와 함께 1991년 독립했다. 언어는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쓴다. 국민은 흰 피부와 회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백러시아’란 명칭처럼 흰색을 좋아해 흰옷을 즐겨 입고, 가옥의 벽도 하얗게 칠한다. 공화국은 6개의 주와 1개의 자치구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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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