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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판결 앞둔 ‘기업인 강덕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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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강 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내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1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강덕수(65) 전 STX 회장 얘기를 꺼내자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한 STX 출신 이모(38) 과장이 한 얘기다.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에는 이씨처럼 강 전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STX 출신의 탄원서가 잇따르고 있다. 8일 현재 1800통이 넘는다. STX를 떠난 직원들뿐 아니라 노조원과 STX로 인해 피해를 본 40여 개 협력사 대표들까지 동참했다. 실패한 경영자에게 냉담한 현실에 비춰 봤을 때 이례적이다.

 뿔뿔이 흩어진 ‘STX맨’들은 애사심이 남달랐다.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에 대한 존경심도 깔려 있다.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곳곳에 그런 흔적들이 묻어난다.

 “외환위기에 노사 문제까지 겹친 1999년 모두가 쌍용중공업을 버렸다. 당시 강덕수 상무만 고군분투했다.”(전 노조 간부)

 “그는 새벽까지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가슴 가득 치킨과 막걸리를 사 왔던 사람이다. 다른 재벌과 다른 만큼 양형에 참작해 달라.”(STX중공업 직원 김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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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강 전 회장은 배임·분식회계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2조30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841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횡령·배임액도 680억원만 유죄로 보고 2743억원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이 대주주의 직접적인 이익보다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비리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최근 법원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70) 전 KT 회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담당 재판부는 “기업 경영에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기업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것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이재현(55) CJ 회장 배임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임죄가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법원이 기업인들의 ‘경영상 판단’을 이해한 취지로 해석된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유독 기업인에게 엄격한 배임 책임을 묻고 있다.

 공과는 명확히 따져야 한다. 강 전 회장이 투명경영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분식회계와 계열사 부당지원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위험을 무릅쓴 경영상 판단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그 손실을 배임으로 단죄해야 할지는 숙고해야 한다. 강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실패한 경영자이지만 파렴치한 범죄자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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