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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품위 있는 생의 마무리 아직 갈 길 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세계 죽음의 질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이 18위에 올랐다. 이 기관이 5년 전 40개국을 조사했을 때 한국은 32위였고 올해는 80개국 조사에서 18위를 했으니 상당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경제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죽음과 삶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웰빙(Well-being)이 웰다잉(well-dying)이고 웰다잉이 웰빙이다.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게 모든 이의 꿈이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치료 비용 지원, 인적 자원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탄탄한 건강보험 제도, 우수한 의료 인력 등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가장 평가 비중이 높은 치료의 질과 완화의료 및 헬스케어에서 점수가 낮았다. 특히 완화의료를 받는 비율이 33위로 매우 낮았다. 한국은 완화의료를 받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의 비율이 5.6%로 1위인 오스트리아(63.6%)의 10분의 1도 안 된다.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은 세 분야는 품위 있는 마무리를 위한 부대조건이다. 품위를 유지하려면 치료의 질과 완화의료가 더 중요하다. 연명치료를 하지 않아야 하고 누구나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말기 환자에겐 통증 관리가 중요한데, 마약성 진통제를 적절히 투여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두루 평안해야 좋은 죽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아직도 전국 병원의 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에서 말기 환자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연명의료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심폐소생술·항암제 투여 등의 고통에 시달린다. 한 해 사망자의 약 20%인 5만여 명이 연명치료를 받고 세상을 떠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 때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뒤 2013년 7월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법제화를 권고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합의정신을 잘 담아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7월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조차 상정되지 않았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도 갈 길이 멀다. 전국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60곳, 1009개 병상밖에 안 된다.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정부가 올해까지 2500병상으로 늘리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허언으로 끝나게 됐다. 7월 호스피스 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수요가 증가했지만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 3~4주가량 대기해야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 입장에서 이만큼 기다릴 여유가 없다. 국회는 더 이상 연명의료 결정법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된다. 이는 이념 문제도 아니요, 인간 존엄성에 관한 것이다. 호스피스 병상도 내버려두면 늘어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 시설 확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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