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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국회를 옮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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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대기자

중앙일보를 찾아온 사람 대부분이 신기해 하는 게 ‘뉴스아이’다. 넓은 편집국 공간 한가운데 둥근 모양의 파티션이 있다. 그 가운데 테이블이 있고, 파티션 안쪽으로 에디터 책상이 있다. 평소에는 바깥 방향으로 앉아 자기 일을 하고, 수시로 돌아앉아 회의를 할 수 있다. 에디터 앞에는 담당 데스크들이 있다.

 바로 위층에는 누구나 자리를 차지하고 기사를 쓸 수 있는 개방형 기사룸이 있고, 아래층에는 논설위원실이 있다. 신문사의 심장에 해당하는 이 세 개 층 중앙에는 계단이 있어 수시로 오르내릴 수 있게 돼 있다. 언론사답게 ‘소통’을 극대화한 구조다. 얼굴을 자주 부딪치면 사소한 정보라도 나누게 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정보가 다듬어진다.

 방으로 나뉘어 있지만 백악관이 이런 구조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하는 청와대와 완전 딴판이다. 보고를 언제 했느냐, 대면보고냐, 서면보고냐로 시비할 이유가 없다. 권위로 배치하느냐, 효율로 배치하느냐의 차이다.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게 정부청사다. 효율성과 담을 쌓는 게 한국 스타일이 됐다. 세종시의 비효율성은 한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이대로 끌고 가다간 국가경쟁력이 주저앉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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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팀워크가 깨지고 있다. 장관은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고, 국·과장도 수시로 오르내린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요즘 보고서 수준이 형편없다고 걱정했다. “내용은 고사하고 오·탈자까지 많아 낯이 뜨거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과장-국장 순으로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지도·감독했다. 하지만 요즘은 차 속에서 건성건성 읽게 되고, 웬만한 문제는 대충대충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문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사기는 바닥이고, 사명감도 이전만 못하다. 세종시에도 없고 서울에도 없는, ‘사라진 김 과장’ 이야기는 기가 막힌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에 따르면 ‘사라진 김 과장’이 15명 더 있었다고 한다.

 둘째, 현장의 ‘감(感)’이 없다. 경제부처의 경우 과거에는 수시로 민간 전문가들을 불러 간담회를 했다. 그러나 세종시로는 한번 부르기가 어렵다. 서울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직종에 있는 친구나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줄어 ‘세종시의 개구리’가 되어 간다.

 인천공항으로부터는 더 멀어졌다. 외국의 주요 인사가 방한하면 경제관료를 만나고 가는 게 관례였다. 세종시로 옮긴 뒤로는 관련 기업만 들르고는 바로 출국하는 게 다반사가 됐다고 한다.

 셋째, 우수 인력이 빠져나간다. 세종시는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없다. 과거 비인기 부처였더라도 서울에 남는다면 서로 가려고 지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종시로 이전한 뒤 해외 학자들도 주저한다. 서울의 민간 연구소와 KDI에서 함께 영입 제안을 받은 한 유학생은 ‘세종시’라는 조건을 듣자마자 바로 서울을 선택했다고 한다.

 넷째, 부처 간 소통도 줄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개발경제 시절 토요일 오후에 관련 부처 과장들이 모여 집중 토론을 하는 게 일상사였다. 그러나 요즘은 같은 부처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된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이걸 사명감 부족 탓만 해야 할까. 세종시로 옮긴 공무원 가운데 가족이 함께 옮긴 비율은 40% 남짓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일주일 내내 매일 4~5시간씩 통근버스에 시달리고, 홀아비 생활을 하다 주말이면 가족을 찾아가기 바쁘다. 이들에게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있을까. 서울에 있는 부처와의 소통은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점이다. 어김없이 반복돼야 하는 구조 문제다. 정부 조직 전체로 보면 낭비와 비효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건 정부도 아니라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그것이 민간 경제, 서민 생활에 미치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런 피로현상, 불통 조직, 부실한 보고서를 내버려두고는 국가경쟁력을 이야기할 수 없다.

 지역균형 발전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굳이 정부를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정답은 정부기관을 모두 옮기거나, 원상회복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불가능하다. 헌법을 고칠 수도 없고, 이미 옮겨 간 정부 부처를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다. 물리적 공간도 사라졌고, 명분도 없다. 또다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더더욱 어렵다.

 장관·국장·과장이 길 위에 있으니 부하 지도도 안 되고, 기강도 무너진다. 어떻게든 이런 국가적 낭비를 막을 길을 찾아내야 한다. 공무원을 길 위에 세워두는 가장 큰 요인이 국회다. 국회가 이런 상황을 바꿔줄 수 없다면 스스로 세종시로 옮겨 구조를 개선해주는 게 옳다.

김진국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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