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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보는 한국] 박 대통령은 흔들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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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드대 명예 선임연구원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믿는 것일까. 영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말이다.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것 같다. 정책 영역에서는 무엇을 믿는지가 사실 더 궁금하다. 박 대통령의 어떤 유산을 업적으로 남길 것인가.

 박 대통령은 꼭 집어 말하기 힘든 인물이다. 우선 북한 문제를 따져보자. 원래 박 대통령은 신뢰외교(Trustpolitik)를 표방했다. 하지만 취임 후에는 관심이 통일로 이동했다. 북한을 겁먹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남북한 간에 새로운 합의가 형성돼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가지가 추진될 희망이 보인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른 사안은 시간이 생명이다. 한국의 경제와 사회를 위한 박 대통령의 구상은 무엇인가.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 대통령은 국민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수사적인 질문이 아니라 진짜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불명확하다. 박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는 불변이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정책 슬로건은 상당한 정도로 변화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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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보수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메시지가 래디컬(radical) 했다. 한나라에서 새누리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며 당색도 파랑에서 빨강으로 변경했다. 상징적인 의미에서만 아니라 정책 차원에서도 탈바꿈이 있었다. 경제민주화를 표방하며 박 대통령은 불평등을 규탄했다. 대기업들을 강타하며 사회안전망 확대를 약속했다. 진보진영은 자신들의 옷을 빼앗긴 것을 두고두고 탄식했다.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움직인 것은 절묘한 정치적 한 수였다. 박 대통령은 따뜻한 보수주의 덕분에 2012년 대선에서 이겼다.

 그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전략이었을까. 취임 후 박 대통령은 정책의 색조를 바꿨다. 경제민주화를 구상한 김종인씨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기도 전에 ‘해고’됐다. 해외 순방길에 나설 때 박 대통령은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회장들을 수행단에 포함시킨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창조경제’와 같은 새로운 유행어를 구사했다. 대기업은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을 보육해야 하는 사명을 떠맡았다. 좋은 생각일까 아니면 홍보 전략일까.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2월 박 대통령은 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의미하는 ‘474 경제비전’을 선보였다. 국민소득 4만 달러는 아무리 일러도 2020년 이전에 달성할 수 없다. 언제 4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물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달렸지만, 4% 성장은 현재로서는 과도한 목표다. 고용률을 현재의 64%에서 70%로 올리려면 구조적인 변화에 필요한 질적인 분석과 개혁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474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세월호 참극은 1년 내내 정치를 압도했고 474의 추진력을 빼앗았다. 박 대통령은 규제 완화를 바랐지만, 세월호는 한국에 보다 많은 규제 혹은 적어도 보다 좋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다행히 조기에 수습됐지만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불청객으로 들이닥쳤다. 474는 다시 한 번 이목을 빼앗겼다. 그렇다면 지금은? 474로 돌아가 일을 마무리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기획재정부 웹사이트에서 474를 검색해 보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깊이 숨어 있는 474의 59개 세부 실행과제를 찾으려면 끙끙거려야 한다.

 474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박 대통령의 마음은 다시 움직였다. 아니 한 과제에 집중하게 됐다. 올해 장안의 화제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474의 주요 부분이다. 명백히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어렵다. 노동시장 개혁이 갑자기 최우선 과제가 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뭘까. 2016년, 2017년에도 박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는 바뀔 것인가.

 2012년 이후 박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서 전략적인 일관성을 발견하기 힘들다. 나는 박 대통령의 선의를 확신한다. 또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순차적으로 표방한 아이디어 중에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아이디어들이 쌓여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다.

 앞으로 두 가지가 걱정된다. 경제성장이 둔화될수록 효과적인 개혁이 절실해진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들을 뿌리 뽑기 위한 현명한 정책을 희생시키고 포퓰리즘이라는 위약(僞藥)이 들어설 수 있다. 과연 새누리당은 내년 4월 선거에서 질 것을 각오하고 과감한 노동개혁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8개월이나 남았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선용해 474보다 덜 야심적이지만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들을 총체적인 접근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구조적인 경제 문제는 하루아침이 아니라 2년이 걸려도 해결할 수 없다. 만약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 보다 명확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후세 사람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감사할 것이다.

에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드대 명예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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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