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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병장 이정협 “금메달 따고 전역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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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전역을 일주일도 안 남겨둔 이 병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 출전을 자청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남자축구팀 공격수 이정협(24)이다.

  상주 상무 소속 이정협은 지난 8월 26일 K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혀 안면복합골절 부상을 당했다. 6일 문경에서 만난 이정협은 “얼굴이 움푹 파였고 뼈가 각막을 건드려 사물이 두 개로 보일 정도였다”며 “4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의사가 회복하려면 최소한 반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상무의 상징 ‘불사조’처럼 꿋꿋하게 다시 일어섰다. 그는 지난달 30일 세계군인체육대회 조별리그 미국전 후반 41분 검은색 안면보호대를 차고 출전했다. 두 달 만에 복귀한 이정협은 “스스로 간절했고 응원해준 팬들을 생각했다. 부상 3주 후부터 조깅을 시작했다”며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배트맨’이 된 기분” 이라고 말했다.

 이정협은 지난해 원소속팀(부산) 주전경쟁에서 밀려 떠밀리듯 입대했다. 그러나 입대 이후 이정협은 다시 태어났다.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에 매진했고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낙점을 받아 생애 첫 대표팀에 발탁돼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로 발돋움했다.

 이정협은 “군대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일병 때 대표팀에 첫 발탁됐고 상병 때 호주 파병, 병장 때 중국 파병을 다녀왔다”며 “평생 군 생활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냥은 못 떠난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과 지난 8월 중국 우한 동아시안컵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정협은 지난 2일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식에서 최종점화자인 ‘연평해전 영웅’ 이희완(40) 해군 소령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지난 8월 대표팀 소집 당시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눈물을 쏟았던 이정협은 “대표팀 경기보다 성화 전달이 더 긴장이 됐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 다리를 잃은 소령님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6일 카타르를 1-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린 한국은 알제리(3승)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A조 1위에 오르면 10일 결승전을 갖는다. 1년9개월간 복무한 이정협의 전역일(10월 12일) 이틀 전이다. 이정협은 “아직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다. 몸상태는 50% 정도”라면서도 “10분 아니 1분이라도 뛰어 금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한 뒤 당당하게 전역 신고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라오스전 후 “이정협을 잊지 않고 있다”며 그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 이정협은 “병원에서 들었다. 감독님은 내게 은인이다. 빨리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말했다.

문경=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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