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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서의 스윙맨] 허물어라, 그래야 최동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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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최동원상 수상자인 양현종(27·KIA) 선수가 작년 11월 11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앞 최동원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양현종은 이날 오후 문현금융단지 내 부산은행 신축본점에서 열린 제1회 최동원상 시상식에서 수상 했다.


162경기의 패넌트레이스 여정이 끝났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다음 관심사는 포스트 시즌이 아니다. 그 이전에 주목해야 할 이슈가 또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사이영상 수상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걸출한 후보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13년만에 300탈삼진을 달성한 클레이튼 커쇼, 1995년 그렉 매덕스 이후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인 1.66을 기록한 잭 그레인키(이하 LA 다저스), 역사상 5번째로 한 시즌에 두 번 이상 노히터를 달성한 제이크 아리에타(시카고 컵스), 세 명 다 공동 수상을 줘도 이상하지 않을 판국이다. 미국의 스포츠매체도 서로 “OOO가 받아야 하는 이유”를 내세우며 이런 열기에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이영상 후보의 자격 조건이 무엇일까? 없다. 단지 전미 야구 기자 협회의 투표로 결정될 뿐이다.  순위에 가산점을 매기는 방식(1위표X5점+2위표X3점+3위표X1점)으로 총점을 계산한다. 물론 기자도 사람인지라 객관성 부재의 논란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적어도 후보 선정에 있어서 진입 장벽은 없다. 국적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남미의 어느 나라든 상관 없다. 투수면 된다. 선발도 좋고, 불펜도 좋다. 수상의 기준은 단 하나, 뛰어난 성적이다. 로저 클레멘스, 페드로 마르티네스, 밥 깁슨 등은 그렇게 60년간 사이영상의 권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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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싸움이 된 올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 LA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VS클레이튼 커쇼, 그리고 시카고 컵스의 제이크 아리에타



KBO리그의 사이영상은 어떠한가. 작년에 제정된 ‘최동원상’말이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나홀로 4승 1패, 5년 연속 200이닝 돌파 등 한국야구에 한 획을 그은 최동원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다. 그 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한데 분위기가 어찌 썰렁하다. 뉴스 자체도 적을 뿐더러(최근 한 달간 최동원상 관련 뉴스는 단 두 꼭지다), 야구팬의 주목도도 떨어지는 듯 하다. 단순히 하루 뒤 시작할 포스트 시즌 때문만은 아니다. 박병호(넥센)와 테임즈(NC)의 2파전으로 좁혀진 정규시즌 MVP 경쟁은 가을 야구 열기에 버금 간다. 최동원상이 소외된 이유가 뭘까. ‘스탯’ 외적인 부분으로 장벽을 쌓았기 때문은 아닐까.

 
 


 
※최동원상 수상 기준

 30경기 이상 등판
 180이닝 이상 투구
 15승 이상 달성
 150 탈삼진 이상 달성
# 퀄리티 스타트(QS. 선발투수가 6이닝 3실점 이내로 막는 것) 15회 이상 달성
# 평균자책점(ERA) 2.50 이하


위 박스는 선정위원회가 정한 수상 기준이다. 물론 '절대적인' 커트라인은 아니다. 그러나 작년 20승(6패) 투수이자 다승왕인 밴헤켄(넥센)은 최동원상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평균자책점 3.18로 이 부문 타이틀 홀더인 밴덴헐크(삼성)도 마찬가지다. 성적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투수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의 위원회 측 입장도 이해한다. 문제는 KBO 리그의 성적이 국적을 구분해서 가공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리그 기록 중 외국인선수 제외 조정 평균자책점이나 조정 타율은 어디에도 없다.
 
경쟁 구도가 없으니 차게 식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작년의 단일 후보(?)인 양현종의 시즌 성적은 29경기 등판, 171.1이닝, 17QS, 16승, 165탈삼진, 평균자책점 4.25다. 다승 부문 빼고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나 초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건을 충족시키는 투수가 없으면 그 해 수상을 건너뛴다”는 일본의 사와무라상과는 달리 최동원상은 매년 수상자를 뽑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를까. 진일보한 양현종은 완벽히 조건에 부합되는 성적을 올렸다. 32경기에 등판해 184.1이닝을 던져 15승(6패) 평균자책점 2.44를 거뒀다. QS는 19회, 탈삼진은 157개. 모두 맞아 떨어진다. 그래도 심하다.  18승을 거둔 유희관 정도를 제외하면 양현종의 경쟁자로 삼을 만한 이가 없다. 19승, QS 25회로 각부문 1위를 차지한 해커(NC)나 200이닝 가까이 던지며 193 탈삼진을 잡아낸 밴헤켄(넥센)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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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LA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로서 55세이브를 거둔 에릭 가니에가 사이영 상 시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상 기준도 문제다. 작년 사업회 측은 “선발 투수에 한정하는 사와무라상과는 달리 최동원 상은 보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순이다. 내세운 수상 기준에 따르면 수준급의 불펜 투수라도 채우기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올시즌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권혁(한화)도 112.이닝에 불과(?)하다. 탈삼진 부문도 다르지 않다. 올시즌 순수 불펜 투수 중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안지만(삼성)도 100개를 채우지 못했다(94개).
 
선발/불펜을 가리지 않는다는 당초 최동원상의 취지대로라면 홀드나 세이브 부문의 세부 기준도 정해야 하지 않을까. 사이영상 역시 불펜 투수에게도 수상의 장벽을 치지 않는다. 1992년 데니스 에커슬리(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003년의 에릭 가니에(LA 다저스) 등 총 9명의 불펜 투수들이 사이영상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상의 권위를 높이는 방법은 장벽을 높이는 것이 아닌, 벽을 허무는 일이다. 투수들 모두 꿈꾸는 상으로 만들되, 그것에 접근하는 데에는 성적 외적인 면으로 탈락시키는 건 곤란하다. 물론 모든 상에는 논란이 따른다. 그러나 만일 정규 시즌 MVP 후보를 자국 선수로만 한정했다면 지금 같은 불꽃 경쟁이 펼쳐졌을까? 53홈런의 박병호와 40-40클럽의 테임즈가 벌이는 경쟁에 맞먹는 드라마가 최동원 상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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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최동원 투수와 한문연 포수가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온라인팀=이상서 기자 cod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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