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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글 캘리그래피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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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 하나 그을 때마다 감정 담아 나만의 글씨체 완성해요

우리는 늘 글자와 마주합니다. 책·TV·영화 그리고 소년중앙 기사를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글자를 읽고 있죠. 그런데 혹시, 이 수많은 글자 중에서 유독 더 아름답다고 느껴진 건 없었나요. 담긴 내용까지 마음에 남는 그런 글자 말입니다. 캘리그래퍼 김종건 선생을 만나 감성까지 전달하는 글자, 캘리그래피의 세계를 알아봤습니다.

1990년대 중반, 컴퓨터 폰트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편하게 쓸 수 있지만 모양이 모두 똑같아 글자를 읽는 흥미를 잃게 됐죠. 다양한 글자체를 원했던 디자이너들은 손으로 직접 쓰는 손글씨에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같은 글자라도 누가, 어떻게, 왜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거죠. 이렇게 탄생한 아름다운 글씨체가 바로 캘리그래피(Calliygraphy)입니다. 옛날 문인들은 ‘시서화’, 즉 시 짓기와 글씨 쓰기, 그림에 능해야 했습니다. 글씨 쓰기를 예술로 바라본 ‘서예’가 현대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 곧 캘리그래피라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손글씨에 의도적으로 멋을 더했다’하여 ‘손멋글씨’로 부릅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글씨체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급속도로 인기가 많아졌죠.”

한글은 캘리그래피와 잘 어울리는 글자입니다. 한글에만 있는 ‘획(선), 모아 쓰기, 배열’이 캘리그래피 효과를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죠. 글자의 뼈대 역할을 하는 획의 굵기와 길이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초성·중성·종성을 한 글자로 모으는 모아쓰기는 낱자 배치에 다양성을 주는 방법이 되었죠. 글자 간격에 차이를 주는 배열은 중심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낳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캘리그래피를 마케팅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태극기를 보면 대한민국이 떠오르듯 글자를 보면 특정 상품이 떠오르도록 글자를 디자인하는 거예요. 영화 제목이나 상품명을 캘리그래피로 꾸민 것을 흔히 볼 수 있죠. 영화 ‘명량’의 경우 굵은 획과 거친 질감을 활용해 로고를 만들었어요. 주인공 이순신 장군의 강인함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영화의 핵심을 ‘명량’이라는 글자에 압축해서 담은 것이죠. 이처럼 최근 캘리그래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글자를 쓴다’는 표현 대신 ‘글자를 그린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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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는 획 긋기, 낱자, 한 글자 쓰기 순서로 연습한다.]

캘리그래피 기본기 다지기

“많은 친구들이 캘리그래피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손글씨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글씨는 글자를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 한글과 도구에 대한 이해 등 기본적인 준비부터 철저히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들은 캘리그래피에 필요한 도구부터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요리 하면 칼, 축구 하면 축구공이 떠오르듯 캘리그래피에는 문방사우라 불리는 붓·종이·먹·벼루가 필요합니다. 이 도구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해져야 하죠. 예를 들어 거칠고 강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을 때에는 두꺼운 붓과 거친 종이와 진한 먹을 사용하고, 부드럽고 여린 느낌을 담고 싶을 때는 가는 붓과 연한 먹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그중에서도 글씨를 쓸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붓과 종이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합니다. 캘리그래피에서는 주로 작은 붓을 사용하는데 붓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글자 모양에 맞게 붓을 골라야 하죠. 하지만 최고의 도구는 없습니다. 붓 대신 펜을 써도 되고, 나무 젓가락이나 우산꼭지를 이용해도 됩니다. 화선지 대신 골판지, 신문지를 사용할 수도 있어요. 문방사우의 특징만 잘 익히고 있다면 글자에 맞는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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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캘리그래퍼의 도움을 받은 황민주(가운데)·이서영 학생기자는 직접 캘리그래퍼가 되어 나만의 글씨체로 ‘꽃’을 써 보았다.]


도구를 다룰 줄 안다면 글씨 쓰기의 시작인 획 긋기 연습에 도전합니다. “좋은 획은 살아 움직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획은 글씨 쓰기의 핵심입니다. 연습할 때는 붓 끝이 획의 가운데를 지나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중봉’이라 불리는 기법으로 붓을 눌러쓰지 않고, 최대한 가운데로 모아 일정한 굵기를 유지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때 획을 긋는 속도·굵기·길이에 따라 모양에 변화를 줄 수 있죠. 붓을 빠르게 움직이면 먹물이 종이에 덜 스며들어 거친 질감이 나고, 붓을 느리게 움직이면 먹물이 번져 부드럽게 느껴지죠. 길이가 너무 짧으면 점이 되니 조심해야 해요.

곡선 연습도 필요합니다. 모기향처럼 원 모양의 미로 형태를 그려 나가면 되는데 원을 그릴 때 붓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먹 번짐이나 선의 굵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일정한 굵기와 번짐을 이용해 원 그리기를 연습하면 붓 전문가가 될 수 있죠. 획 긋기 연습을 할 때는 직선의 강직함과 단조로움, 곡선의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획 하나를 그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따라 속도·굵기·길이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해 볼 수 있어요.

획 긋기에 자신이 생겼다면 낱자 쓰기에 도전합니다. 자음 19개, 모음 21개, 총 40개의 낱자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변화를 줍니다. 이때 획 긋기에서 연습한 직선과 곡선을 활용할 수 있어요. 낱자에 각진 획, 둥근 획을 사용하는 거예요. 각진 낱자는 힘 있고 절도 있는 느낌을 주는 반면, 둥근 낱자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이죠. 이 연습의 핵심은 선과 점을 함께 어우러지게 하며 낱자의 생김새를 익히는 겁니다. ‘ㅡ’에 점을 찍어 ‘ㅗ’ 나 ‘ㅜ’를 만들고, ‘ㅇ’에 선과 점을 찍어 ‘ㅎ’을 만들며 글자의 원리를 이해하는 거죠. 점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글자가 주는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도 있어요.

마지막 단계는 한 글자 쓰기입니다. 낱자 모아쓰기를 통해 하나의 글자를 완성하는 겁니다. 낱자들의 비례·균형·기울기·무게중심이 중요해요. 먼저 획의 굵기·길이·간격을 조절해 공간이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해요. 또한 글자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모양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하죠. 기울기는 모든 낱자에 통일감 있게 주어야 글자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난답니다.

“획의 굵기·길이·속도에 따른 변화, 낱자의 배치 등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꽃’이라는 글자를 각기 다른 모양으로 써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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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글자 쓰기에 도전한 황민주(왼쪽)·이서영 학생기자. 2 붓은 굵기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3 이름에도 멋을 낼 수 있다.]


김 선생은 ‘꽃’이라는 글자가 갖는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1000개가 넘는 ‘꽃’ 글씨체를 만들었다고 해요. 이처럼 캘리그래피의 매력은 쓸 때마다 내 감정이 글자에 반영되며 나만의 다양한 글씨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옛날 우리 부모님 시대에는 나만의 정성과 진심이 담긴 손글씨로 우정과 사랑을 전했다고 하죠. 캘리그래피에 도전해 봤다면 친구·선생님·부모님에게 손 편지로 진심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행취재=이서영(화성 솔빛초 6)·황민주(서울 정독초 5) 학생기자
참고도서=『캘리그라피 교과서』,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캘리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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